10·15 부동산 대책의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갭투자와 내로남불 논란으로 결국 사퇴했다. 10·15 대책은 초강력 대출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지정이 핵심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이 토허제로 지정됐다. 토허제로 지정되면 ①갭투자 금지 ②6개월 이내 전입 ③2년 이상 실거주 ④구청장 허가 등을 지켜야 한다. 그야말로 초강력 규제를 사용했다.
많은 사람은 정부가 쓸 다음 카드로 보유세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노무현정부와 문재인정부, 두 번의 진보 정부가 비슷한 패턴을 밟았다. 투기세력 엄단 경고→수요 억제→세금 대폭 인상이 반복됐다. 사람들은 두 번의 진보 정부 경험으로 학습효과가 생겼다. 부동산은 약 두 배 뛰었고, 정권은 교체됐다. 최근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유세 1%를 적용해, 집값이 50억원인데 1년에 5000만원씩 낸다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발언했다. 보유세 인상을 시사하는 말이었다.
한국 보유세는 두 가지가 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다. 종부세는 국세, 재산세는 지방세다. 재산세는 많이 걷어봤자 해당 지역의 재원으로 재투자된다. 예컨대 강남구에서 걷은 재산세는 강남구에서 활용된다. 보유세 인상은 결국 종부세 인상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종부세 인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정책 목표가 혼재돼 있다는 점이다. 크게 세 흐름이 뒤섞여 있다. 첫째, 세제 합리화 차원에서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는 낮추자는 주장이다. 둘째, 한국은행이 금리를 통해 거시경제를 조절하듯 종부세를 대폭 올려 집을 매도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셋째, 부동산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부자들에게 세금을 왕창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리하면 종부세의 정책 목표는 ①세제 합리화 ②부동산 가격 안정 ③부유세(富裕稅)가 섞여 있다.
세제 합리화 차원에서 보유세와 거래세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부동산 가격 안정의 일환으로 종부세 강화를 주장하는 경우다. 실제로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종부세를 활용했다. 문재인정부는 종부세를 얼마나 올렸을까. 집권하던 2017~2021년 종부세 대상자는 33만명에서 95만명으로 약 3배 늘었다. 세액은 3800억원에서 5조7000억원으로 약 15배 증가했다. 그 어떤 나라, 그 어떤 세금이 5년에 약 15배가 증가하는 경우가 있을까. 전 세계 어떤 나라도 보유세를 부동산 가격 안정세로 사용하지 않는다.
최근 친민주당 부동산 논객 중에서 보유세 인상으로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종부세 인상으로 매도를 압박해 집값을 잡자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부당할 뿐만 아니라 성공할 수 없다.
이를테면 자동차세(보유세)를 대폭 올려 자동차 매도를 압박하려는 것과 같다. 얼마나 황당무계한 접근인가. 실현 가능성도 없다. 사람들은 진보 정부가 등장하면 ‘약 2배’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억원 아파트에 종부세 2%를 적용하면 세액은 4000만원이다. 5년만 버티면 ‘기대수익’이 20억원인데, 세금 4000만원의 압박 때문에 집을 팔 사람은 없다. 정책 목표가 매도 압박이라면 몰수에 준하는 비율인 연간 20~30% 정도를 부과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정책은 명백하게 위헌이다.
가격 안정은 공급 확대를 통해 가능하다. 서울 지역 아파트 공급의 80~90%는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이뤄진다. 자본가가 사라지면 노동자도 사라지듯, 재개발·재건축의 이윤 추구가 어려워지면 주택의 신규 공급도 축소된다. 공급 확대의 정석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에 필요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