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의 혼란 속에서도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선비 안의와 손홍록 선생의 숭고한 정신이 430년 만에 전북 정읍에서 되살아났다.
정읍시에 따르면 26일 선비 안의·손홍록 선생의 영정 봉안식과 흉상 제막식이 정읍시 칠보행복이음센터와 시립박물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윤준병 국회의원, 이학수 정읍시장 등 200여명이 참석해 두 선현의 충절과 희생정신을 기렸다. 행사는 ‘안의·손홍록 선생 영정 봉안·흉상 헌정 추진위원회’와 ‘선양 모임’이 공동으로 주관했다.
두 선생의 영정과 흉상은 문중 후손 40명의 얼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복원·제작됐다. 정읍시는 “역사적 사실을 예술로 되살린 사례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영정은 소미정 작가가, 흉상은 김소영 조각가가 각각 맡았다.
이 시장은 “국난의 위기에서 우리의 역사를 지켜낸 두 분의 숭고한 뜻을 정읍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기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의·손홍록 선생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음력 1592년 6월 22일, 주민 20여명과 함께 전주사고에 보관된 조선왕조실록을 정읍 내장산 용굴암으로 옮겼다.
이후 은적암과 비래암 등 산속 깊은 곳으로 실록을 숨겨 1년 넘게 지켜냈다. 당시 충주·상주·춘추관 사고가 모두 불타 실록이 전주본만 남은 상황에서 이들의 결단은 역사의 단절을 막은 결정적 순간으로 평가된다.
두 선생은 이후 실록이 익산·아산·인천을 거쳐 강화로 옮겨질 때도 사재를 털어 운반을 도왔다. 이들의 기록은 전북유형문화재 제245호인 ‘수직상체일기’에 생생히 남아 있다.
정읍=최창환 기자 gwi122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