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중심 성장 이젠 안 통해… 한·일 경제 블록화 필요”

입력 2025-10-27 01:21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8일 공개된 유튜브 삼프로TV·언더스탠딩·압권 3개 채널 연합 인터뷰에서 저성장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수출을 통해 경제를 지탱해 온 ‘대한민국 경제 모델’은 수정돼야 한다”고 진단하며 한·일 경제연대와 성장지향형 규제 전환, 인공지능(AI) 투자, 메가 샌드박스 도입 등을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해법으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26일 공개된 유튜브 삼프로TV·언더스탠딩·압권 3개 채널 연합 인터뷰를 통해 “지금 대한민국의 문제는 성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과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는 물건이 좋거나 싸면 알아서 다 사 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마진이 높은 ‘K-푸드’ ‘K-컬쳐’ 같은 ‘소프트 머니’를 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 위기 돌파 해법으로 ‘한·일 경제 블록화’ 구상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유럽연합(EU) 같은 방식으로 한·일 양국이 경제를 통합할 경우 약 6조 달러(약 8638조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며 “세계에서 4번째 정도의 경제 블록을 형성하면서 27개국이 모인 EU보다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우리 혼자서 그냥 살 수 있다면 굳이 이런 얘기를 안 하겠지만, 미래세대에 ‘죽어가는 대한민국’을 물려줄 거냐는 생각을 한다면 한국의 선택지가 별로 없다”고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대기업은 규제하고 중소기업은 지원하는 등 기업 규모에 따른 차등적 규제 대신 성장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의 규제 재설계 필요성도 제안했다. 그는 “중소기업을 지원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도 성장한 기업을 지원해야 뭐라도 바꾸고 움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AI 거품론’에 대해 최 회장은 “AI 전쟁은 미·중 헤게모니 싸움과 비슷하다”며 “뒤처지면 존재가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세계적 기업들도 ‘투자해서 리턴(보상)이 나올까’ 생각할 여유가 별로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최 회장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대해서는 “향후 몇 년간 미·중 문제가 어떻게 풀릴지를 짐작할 가늠자가 될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