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해법 없는 정부… ‘수도권 정밀 공급지도’ 딜레마

입력 2025-10-27 02:03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전세 매물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아실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서울의 전세 매물은 2년 전(3만2242건)보다 22.8% 줄어든 2만4898건으로 집계됐다. 26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부동산에 급매 안내문이 여러 장 붙어 있다. 연합뉴스

10·15 부동산 대책 후폭풍과 ‘갭투자’ 논란에 휘말린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 사퇴로 부동산 민심이 급속히 냉각하면서 정부·여당이 공급 대책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연내 ‘수도권 정밀 공급지도’ 공개 방침과 함께 유휴부지·노후 공공청사 개발 등 과거 정부가 반복적으로 꺼냈던 공급 카드가 다시 전면에 등장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해당 사업의 상당수가 실질적인 성과 없이 수년째 표류하고 있어 이번 공급 대책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선 정부가 제시한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 사업의 진척률은 한 자릿수에 그쳤고, 서울의료원 등 핵심 부지개발도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에 가로막혀 지지부진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국민일보가 26일 문재인정부 당시 발표된 노후 공공청사 개발,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택지 사업 42곳을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 완공된 곳은 ‘서울 오류1동 주민센터’ ‘충남 동남구청사 복합개발’ 등 세 곳에 불과했다.

이 사업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하반기에 처음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교외 대규모 택지 개발에 의존하는 공급 정책이 한계에 부딪히면서다. 정부는 집값 상승으로 커진 공급 압박을 빠르게 완화하기 위해 도심 내 공공부지 개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윤석열정부에서도 같은 사업이 추진됐지만 선정된 10곳 사업지 모두 착공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1월 발표된 방이동 복합청사(160가구), 고양 일산우체국(300가구) 등 2000가구 규모의 사업은 이르면 내년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정부는 지자체와의 조율 문제 등으로 착공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옛 서울의료원 부지, 노원구 태릉CC 등 국·공유지 개발 사업들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환경·인허가 절차와 지자체 협의 등이 얽히면서다. 이들 사업은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이상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이재명정부 들어 첫 공급대책에 과거 사업을 상당수 다시 포함하면서 실효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9·7 공급대책에 담긴 ‘도봉 성대야구장’ ‘한국교육개발원’ 부지 사업은 문재인정부 때도 발표한 곳들로 환경보전 문제와 소송 등으로 장기간 표류 중이다.

이 때문에 이번 수도권 공급지도도 실제 공급 실적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수치 부풀리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2017년 제시한 공급 물량은 3380가구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약 3만 가구로 급증했고 2019~2020년에도 각각 1만~1만5000가구가 제시됐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국가가 명확한 재정 투입 계획을 제시하고, 사업을 신속히 추진할 ‘파일럿 프로젝트’를 1~2곳이라도 성공시켜 정책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