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왕’ 인천 유나이티드가 강등 1년 만에 K리그1 무대에 복귀한다.
윤정환 감독이 이끄는 인천은 2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2 36라운드 경기에서 경남FC를 3대 0으로 꺾고 리그 정상에 올랐다. 리그 종료까지 세 경기를 남겨놓고 2위 수원 삼성(승점 67)과 승점 차를 10점으로 벌리면서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1년 전 같은 장소에서 강등의 아픔을 겪었던 인천은 이날 골잔치를 벌이며 아픔을 말끔히 씻어냈다. 올 시즌 인천의 득점을 책임져온 외국인 삼각편대의 발끝이 이날도 뜨거웠다. 윤 감독이 경기 전 ‘에이스’라고 칭한 제르소가 전반 34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를 벗겨내고 선제골을 뽑아냈다. 후반에는 무고사의 헤더골까지 터졌다. 뒤이어 무고사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바로우가 밀어 넣으며 골망을 또 한 번 흔들었다.
인천은 1년 만에 부활하며 구단 첫 우승 타이틀도 함께 새겼다. K리그2 우승팀은 다음 시즌 K리그1으로 자동 승격된다. 2003년 창단 이후 숱한 위기를 넘기며 ‘잔류왕’ ‘생존왕’이라 불리던 인천의 저력이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수원을 비롯해 성남FC, 전남 등이 강등 이후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예기치 못한 강등에 인천은 겨울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지난 시즌 K리그1 강원FC의 준우승을 이끈 윤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팀 재건에 나섰다. 강등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즌 K리그1 득점왕에 올랐던 무고사와 이명주, 제르소 등 리그 정상급 선수들이 팀에 남았다. 여기에 김건희, 박경섭 등 ‘젊은 피’를 중심으로 한 단단한 수비 라인까지 더해졌다.
인천은 이번 시즌 리그 최소 실점(27점)과 득점 2위(62골) 팀으로 거듭났다. 15경기 무패(12승 3무) 행진을 이어가며 지난 4월부터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기면 2022년 광주가 기록한 한 시즌 최다 승점(86)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선수들의 간절함도 더해진 결과다. 몬테네그로 국가대표인 무고사는 우승을 위해 이달 A매치 차출도 고사했다. 무고사는 “대표팀에 가지 않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지난해 강등이 확정된 날 팬들에게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킬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윤 감독은 “새로운 축구를 도입해 결과까지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 시즌 연패가 없었다. 8월 이후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어하고 부상자가 나오면서 경기력이 떨어졌지만 대체자들이 제 역할을 잘해줬다. 팀의 시스템이 명확하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고비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인천=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