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여명의 전 세계 경제 리더가 집결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이 28일 개막하는 가운데 15년 만에 한국을 찾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업계 거물인 황 CEO는 이번 행사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과의 협력 강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대한상공회의소 주관 ‘APEC CEO 서밋’ 행사 마지막 날인 오는 31일에 특별세션 연사로 나선다. 이 자리에서 AI·로보틱스·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과 관련한 구상을 직접 밝힐 예정이다. 세션 이후 국내외 언론이 참석하는 미디어 행사에도 참여한다.
황 CEO의 공식 방한은 2010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스타크래프트Ⅱ’ 글로벌 출시 기념 행사 이후 15년 만이다. 당시 게임용 고성능그래픽카드(GPU) 시장을 이끌던 엔비디아는 이제 AI 전용 칩 시장의 90%를 선점한 반도체 업계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방한에서 특히 주목되는 건 엔비디아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동맹’ 현황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엔비디아가 내년 출시하는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6세대 HBM4를 공급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황 CEO는 올해 초 ‘CES 2025’에서 “삼성전자의 HBM이 테스트 중이며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으나 이후 한국 기업 관련 발언을 자제해 왔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대한 HBM3E(5세대) 12단 제품 납품이 초읽기에 들어갔으며, HBM4 공급을 위한 인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HBM4 양산 준비를 마치고 엔비디아와 물량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선 방한 기간 황 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주요 기업 경영진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규제 강화에 대한 황 CEO의 입장도 관심사다. 그는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한 AI 산업은 불가능하다”며 균형 잡힌 접근을 강조했다. CEO 서밋에 세계 정상급 인사와 1700명 이상의 글로벌 기업 CEO들이 모이는 만큼 중국 시장의 중요성과 대중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CEO 서밋에는 황 CEO 외에도 총 20개 세션에 85명이 연사로 참여한다.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사이먼 칸 구글 아시아태평양 부사장, 사이먼 밀너 메타 부사장, 앤터니 쿡·울리히 호만 마이크로소프트(MS) 부사장 등 글로벌 IT 거물들이 대거 경주를 찾는다. 올해 CEO 서밋은 각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 CEO의 직접 소통에 방점을 두고 있으며, 참가 기업인들은 APEC 정상이나 장관과 1대 1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투자·협력 발굴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