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기술 복원”… 취임 3년 이재용 ‘뉴삼성’ 시동 건다

입력 2025-10-27 00:54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4일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열린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5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있다. 이 회장은 2022년 10월 27일 54세에 삼성전자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취임 3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점으로 변화와 혁신을 내건 ‘뉴삼성’으로의 도약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뒤 미국·일본 등을 잇따라 방문하고 글로벌 빅테크 리더들과 접촉면을 넓히며 ‘기술의 삼성’ 복원을 위한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이라며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취임 3주년 기념 별도 행사를 열거나 메시지를 내는 대신 오는 28일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일정에 집중하고 있다. 이 회장은 서밋 참석차 방한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회동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주력이 될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4의 엔비디아 공급 건이 타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음 달 초엔 미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해외 순회전에 맞춰 방미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이 회장의 미국 출장을 전후로 테슬라와 AI 반도체 칩 위탁생산(파운드리) 계약을, 애플과 차세대 이미지센서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삼성이 파운드리 사업 부활의 신호탄을 쏜 것으로 해석됐다.

연말로 예정된 사장단 및 임원 인사는 뉴삼성의 비전을 보여주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초 사장단과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는데 최근 2년 동안은 11월 말로 앞당겨 실시했다.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인사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 안팎에선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해체된 미래전략실을 대신할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등기 임원에 언제 복귀할지도 관심사다. 이 회장은 그룹 전체 경영을 총괄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등기 임원 상태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사업 반등과 함께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메모리 사업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잠정 매출은 1년 전보다 8.7% 증가한 86조원, 영업이익은 31.8% 늘어난 1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에 내줬던 글로벌 메모리 시장 1위 자리도 되찾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조용하지만 강력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인 HBM 분야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초격차 기술을 복원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은 25~26일 이틀간 19개 계열사에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GSAT는 삼성이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검사로 1995년 도입돼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