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에너지로 고양 삼킨 트래비스 스콧 첫 내한공연

입력 2025-10-27 01:07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불기둥이 솟구치고, 거대한 비트가 공연장을 뒤흔들었다. 고대 로마 경기장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돌 조형물 위로 힙합 스타 트래비스 스콧이 팔을 들어 올리며 모습을 드러내자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 25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그의 첫 내한공연 ‘트래비스 스콧-키르쿠스 막시무스 인 코리아(사진)’는 압도적 스케일의 무대와 4만8000여명의 열기가 맞물린 거대한 축제였다.

스콧은 몽환적 사운드와 오토튠을 결합한 싱잉랩으로 힙합신에 새로운 흐름을 만든 래퍼다. 2015년 데뷔 앨범 ‘로데오’로 빌보드 랩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그는 2집 ‘버즈 인 더 트랩 싱 맥나이트’로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르며 세계적 인지도를 쌓았다. 래퍼이자 프로듀서,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여러 방면에서 글로벌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공연은 정규 4집 ‘유토피아’의 첫 트랙 ‘하이에나’로 막을 올렸다. 예정 시각보다 30분 늦게 시작했지만 비트가 시작되자 관객의 함성이 폭발했다. 스콧은 재킷을 벗어 던지고 민소매 차림으로 몸을 던지듯 질주하며 무대를 누볐다.

공연 중반 그는 “무대 위에 오르고 싶은 사람”을 외치며 관객 네 명을 지목해 무대로 올려 함께 노래했다. 스콧이 그들과 어깨를 맞대고 ‘백룸스’와 ‘타입 싯’을 부르자 스탠딩 구역에서는 음악에 맞춰 자연스레 몸을 부딪치며 즐기는 ‘모시핏’이 형성됐다. 관객들은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일렁이며 움직였다.

후반부로 갈수록 에너지는 더욱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스콧은 “한국은 첫 방문인데, 정말 아름답고 놀라운 나라”라고 감탄했다. 그가 “아시아에서 어디가 최고인지 보여줘”라고 외치자 수만 명의 관객이 일제히 뛰어올랐다. 대표곡 ‘식코 모드’에 이어 ‘페인(FE!N)’의 전주가 시작되자 공연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무대에 몰입한 관객들은 일제히 팔을 높이 들고 페인을 외쳤다. 스콧은 곡이 끝날 때마다 다시 비트를 올리며 총 여섯 차례 반복했다.

마지막 곡 ‘텔레키네시스’에서 스콧은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한 팬이 건넨 태극기를 머리에 두른 채 노래를 이어가던 그는 “새 앨범을 내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외쳤다.

고양=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