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관봉권 띠지 분실’과 ‘쿠팡 퇴직금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상설특검 가동이 결정되자 검찰 내부에서 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정부가 검찰개혁으로 기존 검찰의 수사 권한을 폐지하겠다면서도 수사·기소가 모두 가능한 상설특검을 가동하는 것은 모순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번 상설특검이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던 ‘세월호 상설특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특검은 국민적 의혹이 있는 사건을 대상으로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개개별 사안을 모두 특검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수사·기소를 분리하자는 정부·여당이 정작 수사·기소가 통합된 특검을 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등에서는 검찰이 쌓아온 ‘업보’가 이번 상설특검을 촉발했다고 주장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상설특검 출범 배경으로 “‘제 식구 감싸기’ 의심을 거두기 쉽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수사 대상인 검찰의 셀프 수사 및 감찰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중앙지검에서 담당했던 김건희 여사 사건 등이 무혐의였지만 특검에서는 김 여사의 구속에 성공하지 않았나”며 “정치권이 특검의 효능감을 체감한 이상 상설특검은 언제든 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을 명분 삼아 개별 사안을 상설특검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특검은 소위 ‘정치권 게이트’ 등 대형 사건 위주로 이뤄졌고, 상설특검도 문재인정부 당시 세월호 특검이 유일했다. 그마저도 성과를 냈던 특검은 극소수였고, 세월호 특검도 당시 여권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 모두 무혐의로 결론 났다.
상설특검이 겨냥하는 두 사건이 특검 수사 대상인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과 쿠팡 퇴직금 수사 외압 의혹 모두 검찰의 ‘고의 은폐 의혹’과 연결된다. 검찰 내부의 문제는 통상 대검찰청에서 감찰을 진행하거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충분히 수사할 수 있지 않으냐는 얘기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이런 사안에 상설특검을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모든 수사기관을 믿지 못하겠다는 자백과 같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검찰에서 스스로 수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상설특검을 이용할 수도 있다”며 “다만 특검 자체가 수사·기소가 결합된 검찰권인데 정부가 이를 활용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은 특검보 2명, 파견 검사 5명, 특별수사관 30명, 파견 공무원 30명 등 최대 68명 규모로 수사팀을 꾸릴 수 있다. 상설특검은 관봉권 띠지 분실과 쿠팡 수사 외압 의혹을 모두 수사한다. 특검은 최장 90일 동안 운영된다. 상설특검의 특검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은 국회에서 협의해야 한다.
상설특검 출범으로 일선 검찰청의 인력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상설특검이 출범하면 현재 ‘3대 특검’에 배치된 인력을 포함해 특검에 파견된 검사와 수사관 등은 최대 800여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3대 특검에 이미 검찰·경찰 인력이 파견돼있는 점을 고려하면 민생·치안 공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박장군 박성영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