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단지의 배후로 의심받는 프린스그룹이 국내 부동산 관련 채용 공고를 내면서 7년 이상의 부동산 실무 경력을 요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면접자들에게는 회사 이름을 숨기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프린스그룹의 부동산 계열사인 프린스 리얼이스테이트그룹은 올 상반기 국내 채용 사이트에 외국계 부동산개발회사 한국연락사무소 영업총괄 채용공고를 게시했다. 해당 공고에는 한국 시장 개척 및 확장, 한국 지사 관리 등이 주요 담당 업무로 명시됐다. 현재는 채용 공고가 삭제된 상태다.
자격 요건으로는 7년 이상 부동산 관련 회사 마케팅 및 영업 실무 경력을 제시했다. 이는 캄보디아 범죄조직이 월 2000만원 보장 등 고액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텔레마케팅 등의 업무를 제시했던 것과는 다르다. 단순 인력 모집을 넘어 국내외 부동산 경력을 요구하는 등 전문 인력까지 포섭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연락사무소 영업총괄 면접을 본 A씨는 국민일보에 “인터뷰가 진행되고 나서야 회사 이름을 오픈했고 프린스그룹 기업이라는 것을 그때 알려줬다”며 “당시에 이 부분이 이상하다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A씨는 “프린스 리얼이스테이트그룹이 개발한 콘도와 부동산을 한국에 파는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였다”며 “고급 콘도를 한국인에게 분양하기 위해 프놈펜의 한 단지도 대상이라고 보여주면서 고급 주택들을 한국에 판매할 방안과 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봤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프린스그룹은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거점의 초고가 부동산을 보유하면서 자산 은닉 및 자금세탁 창구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경우 서울 중구 순화동 사무실은 현재 임시 폐쇄됐고, 서울 강남의 한 빌딩에선 킹스맨 부동산그룹이란 이름으로 사무실이 운영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프린스그룹이 국내에서 부동산 전문 인력 모집을 내세워 자금세탁에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