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재배 감소 여파가 붕어빵의 계절에도 들이닥쳤다. ‘국민 간식’ 붕어빵 가격이 개당 1000원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팥과 밀가루 등 원재료 값이 급등하면서다. 전국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붕어빵과 국화빵 노점이 하나둘 문을 열고 있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다. 값을 올리자니 덜 팔릴까 걱정이고, 동결하자니 수익성이 떨어진다. 겨울 간식 시장이 대량 유통망을 갖춘 대형 유통업체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국산 붉은 팥의 중도매 가격은 40㎏당 78만4200원으로, 지난해(50만3200원) 대비 약 1.6배 상승했다. 2020년 38만5400원이던 팥값이 5년 만에 배 넘게 뛰었다. 붉은 팥값은 지난해 겨울 석 달 만에 50만원대에서 79만6600원까지 치솟은 뒤, 지금까지도 하락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매가격 또한 500g당 1만3868원으로 1년 전(1만434원)보다 33% 비싸졌다.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기후 변화와 재배 감소가 자리한다. 팥은 7~9월 발아기와 개화기가 중요한데 이 시기에 폭염, 가뭄, 집중호우가 이어지면 수확량이 급감한다. 올여름도 폭염·가뭄·집중호우 삼중고가 재배지에 들이닥쳤다. 기후가 생산성에 영향을 주다 보니 재배 면적도 감소하는 추세다. 국내 팥 재배면적은 2019년 5893헥타르(㏊)에서 2023년 3690ha로 37% 줄었다. 생산량도 같은 기간 7102t에서 5256t으로 26% 감소했다. 2017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수입산을 사용해도 환율과 운임 상승으로 가격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아 대체 효과도 미미하다.
팥뿐만이 아니다. 밀가루, 버터 등 제빵 재료와 LPG 가스비, 손수레 구입비까지 더해지며 붕어빵 장사의 원가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과거 3개에 2000원 혹은 2개에 1000원이던 붕어빵은 최근 ‘1개 1000원’ 시대로 접어들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붕어빵 노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팥 들어가는 붕어빵 대신 슈크림이나 피자 속으로 바꾸는 곳이 늘고 있지만 사정은 다 비슷하다”고 토로했다.
녹록잖은 환경에서 편의점이 ‘겨울 간식 전쟁’의 승자로 떠오르고 있다. 편의점업계는 대량 유통망과 자동화된 품질 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하며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중이다. GS25는 올해 붕어빵 판매 매장을 4000곳에서 5000곳으로 확대했다. 지난 주말 GS25의 군고구마 매출은 일주일 전과 비교해 176%, 즉석어묵은 111% 급증했다. CU는 군고구마 매출이 매년 20% 이상 늘자 예년보다 두 달 앞서 햇고구마 판매를 시작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외국인 관광객들이 K간식으로 군고구마나 붕어빵을 찾는 사례도 많아 앞으로는 편의점이 그 수요를 대부분 흡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