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넉 달째 ‘20%대 당 지지율’ 수렁에 빠졌다.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실세론, 여권 강경파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 부동산 정책 ‘내로남불’ 여론 등 여권의 실책과 악재를 반등 기회로 삼지 못하고 있다. ‘계엄’과 ‘윤 어게인’의 족쇄를 풀지 못하면서 대여투쟁의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발표한 여론 조사에서 국민의힘 10월 4주차 정당 지지도는 25%를 기록했다. 대선 기간 30%대를 기록했던 지지율은 6월 2주차에 21%로 급락한 이후 20%대에서 정체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이후 대체로 40%대를 유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장동혁 대표는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직접 당내 부동산 특위 위원장까지 맡아 관련 이슈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정작 부동산 고강도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서울 지역 당 지지율은 20%에 그쳤고 인천·경기도 22%로 저조했다.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 “15억원 정도는 서민아파트”(복기왕 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인사의 실언까지 논란이 됐지만 국민의힘은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 김 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출석 등 사안에 대해서도 집중 문제 제기를 해왔다. 대체로 명분 싸움에서는 야당에 유리한 사안으로 평가받은 이슈였지만, 당 지지율 상승은 이뤄내지 못했다.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체포·구금 사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국가전산망 마비,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 등 굵직한 이슈에 대해서도 정부 대응을 문제 삼으며 공세에 열을 올렸으나 민심을 끌어오는 데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계엄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상황에서 재차 관련 논란이 일며 발목을 잡히고 있다는 뜻이다. 김건희 여사의 경회루·근정전 출입처럼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논란이 재점화되거나, 장 대표가 지난 17일 윤 전 대통령을 기습 면회했던 일이 대표적이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26일 “계엄 후유증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어정쩡한 스탠스를 유지하니 중도가 반응하지 않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대안적인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는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이면 계엄 사태 1주년이 올 텐데, 다시 당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이 안팎에서 불거질 수 있다”며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한 ‘빌드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 지도부 인사는 “여당과 야당 지지율이 반비례 관계에 있지 않다. 오히려 무당층만 증가할 뿐”이라며 “우선 지지층 결집으로 집권여당과 맞부딪칠 힘을 키우고, 본격적인 정책 싸움은 지선 3~4개월을 앞두고 시작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