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경고… “건설투자 의존하면 日·中처럼 장기침체”

입력 2025-10-27 00:18

건설 투자를 이용해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이 오히려 경제를 부진의 늪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국내 건설 투자가 장기간 침체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는 와중에 나온 지적이라 눈길을 끈다.

한국은행이 26일 내놓은 ‘일본과 중국의 건설 투자 장기 부진의 경험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건설 투자는 2021년(-0.2%)을 시작으로 2022년(-3.5%), 2023년(-0.5%), 2024년(-3.3%)까지 4년 연속 감소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 이후 처음이다. 직전 최장 기록은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의 파고가 높았던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이다. 건설 투자는 올해도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에도 11.4% 줄었다.

건설 투자 부진을 먼저 겪은 일본은 이를 무리하게 되살리려다 쓴맛을 봤다. 일본 정부는 1980년대 후반 저금리 정책을 펴는 한편 내수 확대의 수단으로 건설업을 지목하면서 건설 투자가 GDP의 19.5%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면서 장기 조정기에 진입했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 후반까지 도로·철도·항만 등 공공 건설 투자를 중심으로 10여 차례에 이르는 경기 부양책을 내놨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가계부채가 늘어 내수(소매 판매)가 둔화했고 지방 경제는 건설업에 과의존하게 돼 자생적인 산업 기반이 약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중국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2000년대 고도 성장기가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로 타격을 입자 정부가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사용, GDP 대비 건설 투자 비중이 2016년 33%까지 상승했다. 과잉 공급된 부동산 시장은 2020년대 들어 급격히 냉각되기 시작했다. 헝다 등 대형 건설 기업이 쓰러지고 지방 정부 부채가 급증했다. 중국 정부는 건설 투자발 금융 위기를 피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인프라만 짓는 수준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한은은 건설 투자를 사회 자본 확충이라는 본래 목적이 아니라 내수 진작이나 고용 유지를 위한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보희 한은 조사국 아태경제팀 차장은 “GDP 대비 건설 투자 비중은 앞으로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인공지능(AI) 확산 및 기후 변화에 대응한 인프라 고도화와 같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가 될 수 있는 건설 투자 등 제한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