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협상·북미 회동 촉진 과제… 李대통령 리더십 시험대

입력 2025-10-26 18:40 수정 2025-10-27 00:25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화동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했다. 쿠알라룸푸르=김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의장으로서 글로벌 경제를 뒤흔든 미·중 간 경제 협상을, 한반도 안보의 중차대한 전환기를 맞이할 수 있는 북·미 간 안보 협상을 촉진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대통령은 26일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해 정상외교 ‘슈퍼위크’의 막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27일 한·캄보디아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한·아세안,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한·말레이시아 정상회담 등 ‘릴레이’ 정상외교 일정에 시동을 건다. 슈퍼위크의 예정된 ‘빅이벤트’는 APEC 정상회의 기간인 30일 부산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미·중 정상회담이다. 양국은 관세 부과와 수출 통제 조치를 주고받으며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담판 결과에 따라 전 세계 경제가 급격히 출렁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시 주석과의 만남에 대해 “‘완전한 합의’(complete deal)를 생각한다. 포괄적인 합의를 이룰 매우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두 정상 간 논의는 APEC 성패에도 직결돼 있다. 역내 경제·통상 분야 협력 증진을 목표로 하는 APEC은 정상회의 결과물을 선언문으로 정리한다. APEC 의장국 입장에선 영향력 있는 선언문을 도출하는 것이 성과다. 2018년 파푸아뉴기니 회의에선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APEC 최초로 정상 선언문이 도출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양국 간 이견을 조율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미·중 간) 이야기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APEC 논의가 영향을 받는다. (‘경주 선언’ 불발) 가능성을 경계하고 미·중 사이를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무역 현안에서 진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6일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김지훈 기자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도 주목된다. ‘깜짝 회동’이 성사된다면 북핵 능력 고도화로 촉발된 한반도 안보 위기 상황을 반전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북·미 대화를 추동하는 이 대통령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위 실장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기자간담회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특별히 저희가 알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어느 경우에도 대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대북정책 전반에 대해 아세안과 협의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아세안의 호의를 유도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현지에서 리창 중국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처음 대면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현지 동포간담회에 참석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또 국민으로서 권한을 행사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본국에서 앞으로 제도적 개선도 확실히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동환 기자, 쿠알라룸푸르=최승욱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