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캐나다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과거 관세 비판 발언을 편집해 광고로 내보낸 것에 발끈해서 관세를 인상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캐나다가 레이건의 관세 관련 연설을 악용한 허위 광고를 내보낸 것이 적발됐다”며 “사실에 대한 중대한 왜곡과 적대 행위 때문에 나는 그들이 현재 내는 것에 더해 관세를 10% 인상한다”고 밝혔다. 또 “그들의 광고는 즉시 중단돼야 했지만 그들은 광고가 사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중계 도중 그대로 내보냈다”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트럼프는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가 27일부터 광고를 중단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트럼프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관세 인상으로 이어졌다.
온타리오주가 만든 TV 광고는 레이건의 1987년 4월 25일 라디오 연설 음성 일부를 편집한 것이다. 레이건은 광고에서 “높은 관세는 필연적으로 외국과의 보복과 치열한 무역전쟁을 촉발한다”며 “그러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기업과 산업이 문을 닫고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잃는다”고 말했다. 온타리오주가 미국 보수 진영의 영웅이자 트럼프가 벤치마킹한 레이건의 입을 빌려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 재단은 광고가 방영된 직후 “음성과 영상을 선택적으로 사용했고 재단의 사전 허가를 구하지도 않았다”며 “법적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설 내용은 일부 편집됐어도 모든 인용문은 레이건의 원본 연설에 모두 나오는 대목이다. 또 레이건이 실제 관세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힌 것은 맞는다는 반론도 나온다. 레이건은 당시 일본으로 유입되는 값싼 반도체를 비판하며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내가 꺼리는 조치”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무역 장벽은 모든 미국인에게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 CNN은 “레이건은 실제로 5분간의 연설에서 관세를 강력히 비판했다”며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표명한 연설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26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개최지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 트럼프는 태국과 캄보디아 간 휴전 협정 서명식을 주재했다. 두 나라는 지난 7월 하순 국경 지대에서 교전을 벌였고, 트럼프의 압박과 말레이시아의 중재로 휴전했다.
트럼프는 이날 캄보디아와 무역 협정, 태국과 핵심광물 협력 협정, 말레이시아와 무역 및 핵심광물 협정에 각각 서명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