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주항공, 7년 된 항공기 3대 내놓는다

입력 2025-10-27 00:54 수정 2025-10-27 08:20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이 보유 중인 항공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신기종 교체 작업도 가속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현재 보유 중인 항공기 3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판매를 검토 중인 항공기는 제주항공이 2018년 보잉에서 처음 구매한 기체다. 기종은 LCC 대부분이 주력으로 운용 중인 B737-800(사진)이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항공기 매각 추진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매각 대상 항공기 기령(항공기 연수)이 7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통상 항공기는 제작 후 20년이 지나야 노후기로 분류된다. 보잉사가 권고하는 사용 연수도 20년 정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접 구매한 기체를 이렇게 짧은 기간 내 처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라며 “그만큼 유동성 확보가 절실하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최근 재무 상황이 악화된 상태다.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이 주요 계열사 실적 부진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으며, 최근 애경산업 지분 약 63%를 태광그룹에 넘기는 계약도 체결했다. 제주항공도 지난해 12월 발생한 무안공항 참사 등으로 실적이 주저 앉았다.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3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제주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보유 엔진 5기를 매각한 뒤 리스로 전환하는 등 현금 확보에 나섰던 이력도 있다. 이번 항공기 매각으로 많게는 수천억원의 ‘실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제주항공이 현재 38대를 운용 중인 B737-800 기종의 보유 대수를 줄이고, 신형인 737-8 기종을 늘리는 ‘기단 현대화’ 작업을 추진 중인 점도 한 배경으로 꼽힌다. 제주항공은 2018년 보잉과 체결한 총 50대(확정 40대, 옵션 10대) 규모의 대규모 계약에 따라 737-8 기종을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7호기를 인도받았다. 이 항공기는 기존 기종 대비 15% 이상 연료 효율이 높고, 운항 거리도 약 600마일 정도 길어 운항 안전성과 연료 효율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무안공항 참사 이후 제기된 항공기 안전성 논란이 매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사고 당시 운항 기종이 B737-800이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무안공항 참사는 제주항공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준 사고”라며 “논란이 있는 기종을 줄이고, 신기종을 늘려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것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B737-800에서 B737-8 기종으로 기단 현대화를 진행하는 중”이라며 “이에 따라 보유 중인 B737-800 항공기의 시장 가치와 운영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한 매각 시점과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