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면 타결될까… 대미 현금투자 비율 등 입장차 여전

입력 2025-10-27 02:02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석 달째 줄다리기를 거듭해온 한·미 관세 후속 협의의 분수령은 오는 29~30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될 전망이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등 주요 쟁점에서 여전히 입장차가 남아 있는 가운데 APEC 정상회의 전 최종 타결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29일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협상 실타래가 풀릴 여지도 남아 있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관세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양국 간 채널을 열어 놓고 막판까지 조율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APEC 정상회의 등 외교 일정을 고려하기보다 최대 쟁점인 대미 현금 투자 비율 등의 접점을 찾는 데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상회담 일정보다) 국익에 초점을 두고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중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 부분은 그간 수차례 협의 과정에서 일정 수준 조율에 이르렀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직접 현금을 내놓는 지분 투자 및 그 기간을 놓고 접점을 모색하는 단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측은 8년에 걸쳐 연간 250억 달러씩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요구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지분 투자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늘리고 연간 투자액도 150억~200억 달러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지난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저희로선 그런(지분 투자) 규모들이 좀 작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미국은 좀 더 많아야 되는 것 아니냐를 두고 양측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세협상 향방에 따라 국내 수출·환율 등에 영향을 미쳐온 ‘관세 불확실성’도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는 이달 1~20일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0% 감소했고, 대미 수출도 24.7% 줄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관세협상 지연 속에 이달에만 2% 넘게 하락하며 원·달러 환율도 6개월 만에 1440원 선까지 뛰어올랐다. 관세협상이 최종 타결돼 자동차 관세율이 일본, 유럽연합(EU)과 같은 15%로 떨어지고 지분 투자 비율도 축소된다면 자동차 수출·원화 약세 국면도 다소 진정될 수 있다.

최종 관문은 대미 투자의 ‘상업적 합리성’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지켜내느냐에 달렸다는 진단이다. 미국이 검토 중인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에서 최혜국 대우를 문서로 얻어내는 것도 관건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대미 투자 수익 배분과 투자 심의 등에 우리 정부와 기업이 얼마나 관여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며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선을 얻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