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교도소 재소자 손지수(가명)씨의 시 ‘마중’에는 마중 온 줄 모르고 놓친 손을 다시 잡고 싶다는 소망이 담겼다. 손씨의 시처럼 교도소 담장 안에서 온 고백과 다짐들은 이곳에서 그림과 글씨를 입고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왔다. 한국교정시화전이 지난 23일부터 나흘간 대전 서구 대전광역시청 1층 전시실에서 ‘희망의 빛, 희망의 여정’을 주제로 열렸다.
법무부 교정위원인 박봉열 에덴중앙감리교회 목사는 이날 대전시청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수용자들이 시 한 편을 완성하려 수십 번을 고치고 또 고쳐 쓴다”며 “그 참회의 과정에서 시의 내용이 자신의 가슴에 새겨진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이처럼 재소자들이 시를 쓰는 것을 두고 “자기 자신에게 하는 가장 훌륭한 설교”라고 설명했다. 한국교정시문학회(회장 장병진 목사)가 주최한 이번 전시에는 나태주 시인과 수용자 손씨 등의 시 36편, 무기수 ‘구원해’씨의 그림 2편, 그리고 외부 작가 초청 그림 4편 등 총 40여편의 작품이 걸렸다.
작품들의 세계 뒤에는 담장 안팎의 절박한 사연이 얽혀 있었다. ‘마중’을 비롯한 30여편의 시화는 최완성 화백과 김종익 구세군제원영문 사관이 원작 시에 글씨를 쓰고 그림을 더해 완성했다. 최 화백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는 시 ‘마중’을 두고 “시 속의 ‘눈꽃’은 겨울 눈꽃이 아니라 마주하는 눈빛을 말하는 것이라고 느꼈다”며 “그 마음과 소통하려 했다”고 전했다.
담장 밖에서 수용자들을 바라보는 이의 시선도 있었다. 박 목사는 교도소 면회실에서 마주한 얼굴들을 떠올리며 ‘어머니의 눈물’이라는 시를 썼다. 그는 “교도소에 가보면 눈가에 주름이 깊게 팬 어머니들이 그렇게 많다”며 “종교를 떠나, 아들이 그 안에 있으면 어머니의 삶 자체가, 그 눈물 자체가 용서와 회복을 구하는 기도”라고 말했다.
담장 안의 묵묵한 참회도 있었다. 전시장 한쪽에는 ‘구원해’라는 가명의 작가가 직접 그린 ‘꿈을 낚는다’와 ‘비갠 하늘 아래’ 등 두 점의 그림이 걸렸다. ‘구원해’는 공주교도소에 복역 중인 무기수 A씨의 가명이다. 교정시문학회 사무총장인 김 사관은 “지금은 기독교 예배 반장으로 성가대로 섬기며 완전히 참회하는 삶을 살고 있다”며 “시를 쓰지 못하는 그에게 시화전 참여를 위해 그림을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30여년간 교정 사역을 해 온 한국교정시문학회장 장병진 목사는 “재소자들이 시를 읽고 쓰면서 마음의 변화, 가치관의 변화를 겪는다”며 “마음이 변해야 생활이 변한다. 이런 활동으로 모범수가 나와야 사회도 건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막식에는 한국교정시문학회 이사장 김성기 목사(대전 세계로교회)의 초청으로 방한한 에티오피아 교정 공무원 대표단도 참석했다. 메브라트 메코넨 칼린티 여자교도소 부소장은 “한국전쟁 참전의 인연이 있는 한국에서 신앙을 바탕으로 한 교정 사역을 배우게 되어 기쁘다”며 “이런 문화 교류를 현지에도 적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글·사진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