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마을 가로등 밝힌 교회 사역… 지자체 사업으로 빛 발하다

입력 2025-10-27 03:00
임정문 성흥교회 목사가 2022년 충남 부여 지토리 인근 마을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태양광야외등을 설치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토리 주민과 지자체 관계자들이 2023년 성흥교회 내 작은도서관 개관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는 모습. 성흥교회 제공

충남 부여 성흥교회에 3년 전 부임한 임정문(53) 목사는 첫 사역을 ‘저녁 순찰’로 시작했다. 차로 지역 어르신들의 집을 돌며 불이 켜졌는지 꺼졌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교회가 위치한 지토리는 가구 수가 120호에 불과한 작은 마을로 70~90대 노령층이 많다. 불이 켜져 있어야 할 시간에 꺼져 있다면 어르신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꾸준히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니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길을 걸어다녀야 하는 어르신들의 안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각 집의 현관과 마당 골목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태양광발전으로 작동하는 전등을 직접 달았다. 6개월간 80여개의 태양등이 설치됐고 이후 다른 지역까지 총 180여개가 마련됐다.

임 목사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회에서 좋은 일을 한다고 소문이 나서 어르신들이 너도나도 태양등 설치를 신청하셨다”며 “이 사역의 효과가 인정받아 부여군지속발전위원회를 통해 공식 사업으로까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성흥교회는 작은 농어촌교회이지만 주민들의 필요를 빠르게 파악해 채우면서 지역의 든든한 울타리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에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많은 것을 보고 교회 안에 작은도서관도 마련했다.

임 목사는 “아이들이 특별한 장난감도 없이 바깥에서 노는 게 안타까워 개별적으로 주민 이장 군수 등을 찾아다니며 작은도서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아 세워진 도서관에서는 아동·학생을 위한 온라인 학습프로그램과 어르신을 위한 원예·요리 수업도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2년 전에는 마을음악회를 개최해 인근 다른 마을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산골 마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성악가들의 무대에 주민들의 호응이 컸다. 지난 7월에는 인도네시아 공동생활가정인 소망의집 원주민 청소년들을 초청해 찬양콘서트를 열고 부여 관광도 도왔다. 작은교회도 선교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일이었다.

수도권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임 목사는 목회를 더 잘하기 위해 사회복지학을 공부했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전임 목회자 은퇴로 공석이 된 성흥교회에 와 달라는 소식을 듣자마자 대학에 사표를 내고 내려왔다. 그는 “목회자가 한 가지 정도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사회복지를 배웠던 것이 지금 교회에서 어르신을 위한 사역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성흥교회는 지난 사역의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한국성결교회연합회(한성연·대표회장 홍사진 목사)가 진행하는 농어촌교회 리노베이션 사업에 선정됐다. 지은 지 30년 넘는 성흥교회는 옥상에서 물이 샌다. 임 목사가 수시로 임시방편을 마련했지만 전반적인 수리가 필요했다.

지난 24일 열린 리노베이션 감사예배엔 한성연 내외빈들이 성흥교회를 찾아와 격려했다. 권순달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총무는 “작은 농촌교회에서 주민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사역을 진행하며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고 리노베이션 대상으로 추천했다”면서 “작은 마중물이지만 앞으로 더 지역을 잘 섬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선정 소식을 들은 성도들 역시 십시일반 헌금을 모아 사택 수리까지 할 수 있는 비용이 모였다. 사택은 지반이 기울면서 창틀이 휘어졌고 임 목사 가족은 창문 사이에 비닐을 끼워 넣어 버티던 상황이었다. 임 목사는 “한성연 지원도 목회에 큰 힘이 됐는데 성도들의 따뜻한 마음까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리노베이션을 마치면 성흥교회는 오는 30일부터 사흘간 마을 잔치를 열 예정이다. 예쁘게 단장한 교회를 주민들에게 선보이는 자리기도 하다. 마지막 날에는 불고기 파티와 음악회가 준비된다. 교회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훌쩍 넘는 수백명 주민들이 올 것으로 예상돼 교회 마당에 천막을 치고 손님을 맞이할 예정이다.

임 목사는 “어르신들이 하늘나라 가시기 전까지 행복한 삶을 사시고 그 신앙이 후손들에게 전달되는 게 교회의 목표”라며 “전국 곳곳에서 농어촌 복음화를 위해 애쓰는 교회들을 위해 기도와 격려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