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집 여러 채를 보유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부동산 싹쓸이 특별위원장”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이 보유한 부동산 전수조사를 제안했다. 여당인 민주당의 태도는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려온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의 갭투자 논란으로 드러난 부동산 정책 신뢰 훼손의 책임을 희석하려는 물귀신 작전에 가깝다. 이처럼 부동산 논쟁이 막장으로 치닫는 데는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책임이 크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3차례 발표한 대책이 공급보다 대출 규제와 거래 제한 등 수요 억제에 쏠렸다. 정작 서민들은 내집 마련의 길이 막혔는데 이 차관의 투기 스캔들과 여당의 내로남불식 역공이 가세하면서 시장 불신이 커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증권이 내놓은 ‘한국 주택시장, 정말 과열인가’ 보고서가 관심을 끈다. 보고서는 아파트 가격과 비교할 수 있는 펀더멘털 지표 중 하나로 소득 데이터를 내세워 시장을 ‘과열’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전국 중위 주택가격의 소득 대비 비율(PIR)은 4.6배, 서울은 10.3배 수준으로 최근 몇 년간 큰 변화가 없다. 서울에선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평균 소득이 2019년 5700만원에서 올해 9200만원으로 약 60% 증가했으나 PIR는 11.4배에서 10.6배로 오히려 낮아졌다. 따라서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은 상위 20% 고가주택의 PIR가 다소 높지만, 공급 부족과 중심지 신축 선호가 맞물린 구조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규제 중심 정책이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정치적 프레임이 아닌 합리적인 공급 대책 등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그러나 정부가 연내 ‘수도권 정밀 공급지도’를 발표할 계획이지만 실효적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재인정부에서 노후청사 등 복합개발 대상 42곳이 발표됐지만 지자체 갈등 등으로 완공된 곳은 세 곳뿐이다. 이번 대책에도 과거 계획이 일부 포함되면서 ‘총량만 부풀린 공급지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도적·조직적 조정력 없이 막연한 공급만 외친다면 시장 신뢰는 더 떨어질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차분한 데이터 분석 위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임을 정부와 여당은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