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구조적 요인 여전
강력한 대책 반복하는 대신
시장왜곡·불안심리 잡아야
강력한 대책 반복하는 대신
시장왜곡·불안심리 잡아야
지난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 임기 첫날 쓴 기사의 제목은 “이재명정부 ‘부동산 가시밭길’”이었다. 댓글 창에는 “취임한 지 하루 됐다. 양심 있냐? 이딴 악의적 기사를” 등 지지자들의 댓글이 여럿 달렸다.
새 정부 시작부터 초 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외려 정부로선 타이밍이 참 야속하겠다고 생각했다. 가뜩이나 ‘진보 정권=부동산 폭등’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 요인이 너무 많아 보였다. 전 세계적 유동성 증가, 관세 인플레이션 압박, 서울 공급 부족, 금리 인하, 공사비 급등, 전세사기 후 비(非)아파트 기피, 지방 소멸까지…. 정부가 혜안으로 돌파구를 찾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다.
약 5개월이 흘렀다. 폭등장을 두 번 겪었고, 부동산 대책은 세 차례 나왔다. 2월과 5월 두 차례 금리 인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 전 매수세 등 정부 출범 전부터 달궈진 시장은 6월 말까지 폭등했다. ‘주택담보대출 6억원 제한’ 등 6·27 대출 규제로 급한 불을 껐지만 9·7 공급대책 실망감과 추가 규제 가능성 등으로 시장이 또 과열되면서 서울 전역 및 경기 12개 지역 ‘3중 규제’ 등 10·15 대책이 이어졌다.
‘왜 잦은 대책으로 문재인 시즌2를 자처할까’ 싶었지만 10·15 대책 발표일에 한국은행에선 시중 통화량이 사상 최초·최대인 4400조원을 넘어섰다는 발표가 나왔다. 부동산 폭등장에 유동성 파도까지 몰아치는 상황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10·15 대책 효과는 일시적이란 게 중론이다. 구조적 가격상승 요인은 여전한데 대출규제에서 자유로운 현금 부자는 많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자산만 10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이 46만명 이상이다. 잠시 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운신의 폭이 좁더라도 시장 불안심리를 다독이고, 부동산 정책과 환경을 재검토해 시장 왜곡을 막아야 한다. 특히 정부·여당의 부동산 관련 최근 실언들이 재발해선 안 된다. 규제가 강할수록 국민에게 미치는 타격도 크다. 몇 년 치 계획이 뒤틀리기도 한다. 당위를 들먹이며 자극하기보다 불안과 불만을 헤아려야 한다. 야당과의 말싸움도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내로남불’ 늪에 더 깊이 빠질 뿐이다.
‘선량한 1주택’ 신화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시작된 다주택자 규제 강화와 1주택자 세제 혜택 등은 ‘똘똘한 한 채’ 전략을 합리적 선택으로 만들었다. 상급지 갈아타기는 주변 지역의 연쇄 상승 구조를 낳았다. 비쌀수록 상승률이 높은 시장에서 매수자들은 가용자원을 ‘영끌’해 1주택에 쏟기 때문에 자산의 부동산 쏠림은 더 편중됐고, 부동산 양극화도 심화했다.
이 같은 영끌 전략은 금리가 오르고 소득 불확실성이 커질 때 매우 위험해지는 문제도 있다. 이미 2022년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 당시 영끌족의 패닉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다주택 규제 일변도가 아닌 주택가액 중심의 세제 개편 움직임은 이해할 만하다. 한국은 보유세 실효세율이 주요국보다 낮아 보유 부담이 적다. 거래세(취득세·양도소득세)의 경우 1주택자는 각종 혜택으로 고가주택 매매 부담이 낮고, 다주택자에겐 중과세를 적용해 ‘버티자’는 심리가 강해진다. 보유세·거래세 모두 매물 잠김과 ‘똘똘한 한 채’를 심화시키는 구조다.
하지만 세제 개편은 조세 저항이 예상되고, 소득 없이 집 한 채만 있는 노년층 등의 문제도 있어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또 앞선 정부들에서 공시가격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손쉽게 뒤집으면서 정권에 따라 보유세가 오락가락하는 경험을 했다. 정책 신뢰를 무너뜨리고 ‘버티면 된다’는 신호만 줄 뿐이었다. 따라서 초당적인 협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선 기간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던 이 대통령 발언을 번복하는 것이므로 사과와 설득이 선행돼야 한다.
권중혁 산업2부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