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문화관광 홈페이지엔 6가지 ‘경주의 빵’이 소개돼 있다. ‘경주빵’으로 알려진 황남빵 외에도 찰보리빵, 대릉빵, 주령구빵, 천년미소빵, 이상복 경주빵까지 포함된다. 찰보리빵은 찰보리로 만든 핫케이크고 대릉빵은 고분 모양의 치즈 수플레 케이크다. 주령구빵은 신라 시대의 14면체 주사위 형태고, 천년미소빵은 보물로 지정된 얼굴무늬 수막새를 새긴 페스츄리다. 이상복 경주빵에는 황남빵과 찰보리빵이 포함돼 있다. 외교부 심사를 거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디저트로 선정된 것은 황남빵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의 대표 먹거리로도 소개했으니 경주의 대표 빵인 셈이다. 베이글 모양과 비슷한데 코팅된 표면 속에는 팥앙금이 들어 있다. 일제강점기에 최영화 장인(匠人)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곳곳에서 같은 모양 빵을 팔지만 원조를 잇는 브랜드는 최 장인의 장남이 운영하는 ‘최영화빵’과 차남이 운영하는 ‘황남빵’, 그리고 수제자가 운영하는 ‘이상복 경주빵’까지 3곳이라 할 수 있다. 최 장인 밑에서 15년간 일하며 수제자로 인정받았던 이상복 장인은 스승에게 허락받고 황남빵 간판을 걸었지만 최 장인 작고 후 둘째 아들이 상표등록을 하면서 같은 이름으로 영업을 못하게 됐다. 이 장인은 한동안 경주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면서 자신의 황남빵에 경주빵이란 이름을 붙였다. 황남빵이 경주빵으로 여겨진 것은 그의 힘이 컸다. 이후 최 장인이 작고 전 맏며느리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최영화인(印)’이라는 도장까지 물려준 사실이 밝혀진다. 최 장인의 장남과 맏며느리는 ‘경주 황남빵’으로 영업하다 브랜드를 ‘최영화빵’으로 바꿨다.
원조를 둘러싼 시비는 여전하지만 호사가들 사이에서도 3곳이 검증된 맛을 보장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독점적 지위에 취해 초심을 잃고 무너진 가게들이 적지 않은데 황남빵은 3곳이 경쟁하니 되레 다행일지도 모른다. 원조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값싼 재료로 어설픈 맛을 내진 않을 테니까.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