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수년 만에 천문학적 매출 성과
ANS 군단, 기존 패러다임 전복 한창
일자리 수 매달리면 혁신 발목 잡혀
AI와 협업 평가 새 지표 도입 중요
ANS 군단, 기존 패러다임 전복 한창
일자리 수 매달리면 혁신 발목 잡혀
AI와 협업 평가 새 지표 도입 중요
최근 국가적 화두인 ‘소버린 AI’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소버린 AI의 구성요소로 데이터센터, 컴퓨팅 인프라, 파운데이션 모델, 거버넌스 체계, 사이버 보안 등 중요하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진짜 핵심은 따로 있다. 바로 태어나는 날부터 AI로 무장한 AI 네이티브 스타트업(AI-Native Startups·ANS) 군단이다.
소버린 AI보다 중요한 것
AI 경쟁력은 슬로건이나 이데올로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이 유니콘, 데카콘이 될 때 생겨난다. 무대(인프라) 위에서 진짜 쇼를 만들어 무대를 주름잡는 그들이 진짜 주인이고 게임 체인저다. 근래 혜성처럼 떠오른 AI 네이티브인 오픈AI, 앤스로픽, 퍼플렉시티 등은 짧은 기간에 스타트업을 유니콘 이상으로 성장시켰고 해당 국가의 파워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각국 사례를 통해서도 AI 주권 확보의 진짜 경쟁력은 바로 그들임을 알 수 있다. 프랑스 소버린 AI는 2030년까지 수백~1000개의 AI 스타트업을 키운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고, 영국 소버린 AI는 ‘수니콘’(soonicorn·곧 유니콘으로 성장할 기업) 100여개를 지원하는 개념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2000개가 넘는 AI 스타트업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혁신적 실험을 하고 있다.
AI 네이티브 스타트업의 반란
최근 ANS 군단은 기존 패러다임을 전복하고 있다. 설립 당일부터 AI를 도입하고 AI로 경영하는 AI 네이티브 스타트업은 최소 인원으로 최대 성과를 내고 있다. 오픈AI, 앤스로픽뿐만 아니라 캐릭터AI, 어뎁트AI, 런웨이 등도 창업 수년 만에 천문학적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조 단위의 시가총액을 달성했다. 어뎁트AI는 30명도 안 되는 소수의 팀으로 최단기간에 포천500 대열에 올랐고, 캐릭터AI는 25명으로 챗GPT급 성과를 냈다. 런웨이 역시 어도비보다 70% 높은 생산성을 달성했다. 자본의 크기보다 기술력과 실행 속도가 대기업을 능가하고 있다.
AI 네이티브 기업은 처음부터 AI를 활용해 제품 개발, 고객 응대, 심지어 경영 관리까지 자동화한다. ‘린 스타트업’ 방식에 ‘자동화 구조(lean & automated structure)’로 무장해 설계, 조직 운영, 제품 개발, 의사결정 전반에 AI를 깊이 통합한 진정한 ANS 군단이다. 과거에는 스타트업의 성장이 곧 고용 확대였지만 최근의 ANS는 이러한 전통적 공식을 깨고 있다. 이들은 ‘스타트업 성장=일자리 창출’이라는 전통적 상관관계를 무시한다. 이제 정책 입안자들은 일자리 중심의 성과 지표를 재정의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변화의 또 다른 이유는 AI와 사람의 협업으로 조직이 인력 중심(workforce)에서 워크플로(workflow) 중심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사람과 AI 에이전트의 관계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간이 AI를 기술이나 도구로 활용했다면, 이제는 인간과 AI가 동료로서 팀워크를 이루는 추세다. 따라서 인사 책임자는 최고의 인재를 선발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 ‘사람+AI 협업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일부 선도 기업은 이미 인사(HR) 부서와 기술(AI) 부서를 합쳐서 ‘인적자원과 AI 자원의 통합 관리(HAIR)’ 체계를 구축하기도 한다. 올해 모더나는 HR과 기술 부서를 통합한 부서(Chief People and Digital Technology Officer)를 설치했으며, 인간 관리자와 알고리즘이 공동으로 채용과 승진 등의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는 사람 중심의 인적자원 관리(HRM)가 아니라 AI 직원(에이전트)을 동료로 포함해 조직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리더십, 즉 AIQ(AI-Quotient)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모더나는 이러한 방식으로 의료진과 AI 협업팀을 구축해 단기간에 코로나 백신을 개발했다. 이제 경영자나 인사팀은 “어떤 직원이 똑똑한가”라고 묻기보다 “누가 AI와 더 잘 협업하는가”라고 묻는다.
AI 2.0 시대에 대비하는 국가들
사람과 AI의 협업이 대세를 이루는 오늘날 리더십의 본질은 IQ도 EQ도 아닌 CQ(협업지능·Collaborative Intelligence)다. 이는 물론 AIQ를 전제로 한다. AI는 잠자거나 쉬지 않는다. 24시간 일하고, 무한히 콘텐츠를 만든다. 전통 경제가 노동과 자본으로 굴러갔다면, 이제는 데이터, 알고리즘, 연산력이 핵심 자원이다.
이런 마당에 여전히 ‘일자리 창출의 수’에 매달리면 혁신은 발목을 잡게 된다. 중요한 것은 ‘AI와 얼마나 잘 협업하나’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지표의 도입이다. 조직 평가 기준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 캐나다는 AI 기술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있으며, 독일은 ‘리얼랩’ 형태의 행정자동화 실험을 주 정부와 스타트업이 공동으로 샌드박스를 운영 중이다. 2025년 유럽연합(EU)과 영국은 인간과 AI의 협업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상호보완성 평가 지표를 개발 중이다.
이제 어디에선가 ‘AI-인간 협업 헌장’을 선포할지도 모른다. 이 경우 헌장에는 반드시 휴먼 리소스의 참여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겠다. AI-휴먼 협업 과정에서 사람의 일자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AI 2.0 시대에 던지는 질문
AI 2.0 시대는 고용, 노동, 그리고 국가 주권의 개념까지 다시 생각해야 하는 전환점에 놓여 있다. 우리는 새삼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한다. 첫 번째는 ‘일자리’(사람, 현재)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일의 미래’(기술, AI)를 지킬 것인가이다. AI 에이전트가 사람보다 일을 훨씬 더 잘하는 시대에 “직원이 몇 명인가요”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어진다. 직원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AI와 사람이 공존하고 협업하는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솔로몬의 지혜를 찾으면 좋을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AI와 사람의 공존을 만들어 내는 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다. 그 동력의 상당 부분이 앞의 증거처럼 바로 ANS에서 나온다면 AI의 경쟁력, 나아가 소버린 AI의 동력 역시 단순히 데이터나 자본과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동력은 창업과 도전을 부추기는 캠퍼스, 개조한 다락방이나 현장에서 땀 흘리는 ANS 혁신가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ANS 혁신가들이 창출해 내는 반란과 혁신의 DNA가 소버린 AI의 동력이라는 점을 새삼 기억해야 할 것이다.
KAIST-NYU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