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항암제 효과 떨어진다면… 혈액검사 해보세요

입력 2025-10-28 02:12

국내에 연간 약 4000명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삼중음성 유방암(2가지 호르몬과 HER2 단백질 수용체가 모두 없는 유형)’은 공격성이 강해 난치성으로 분류된다. 암 진행이 빠르고 수술 후 재발·전이도 잦아 항암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면역세포를 통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면역 항암제’가 치료의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면역 항암제의 치료 효과에 개인차가 크다는 점이다. 수개월 치료에도 반응이 미미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가 있어 환자가 중요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이에 국내 연구진이 면역 항암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환자들을 간단한 혈액검사로 조기에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피 검사에서 면역세포의 일종인 ‘조절 T세포’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다. 조절 T세포는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이 발견하고 기전을 밝혀낸 물질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서경진·김지현 교수, 방사선종양학과 전승혁 교수,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 공동 연구팀은 면역 항암제 니볼루맙(옵디보)과 에리불린 병용 요법 임상시험에 참여한 진행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65명의 혈액 속 면역세포 변화를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 면역 항암치료 효과가 없었던 환자들은 치료 1주차부터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조절 T세포’가 빠르게 증식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종양 특성과 연관된 조절 T세포의 증식이 두드러졌다. 즉 면역세포가 암을 파괴하도록 하는 면역 항암제의 기전에 저항하는 반응이 치료 초기부터 혈액검사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반면 치료 1주차에 조절 T세포 증가가 관찰되지 않은 환자는 이후 암이 줄어드는 반응을 보였다.

서경진 교수는 27일 “이번 연구를 통해 환자들이 자신과 맞지 않는 항암 치료에 시간과 체력을 허비하지 않고 더 적합한 치료 전략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 암학회 공식 학술지(Clinical Cancer Research)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