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시술·손상 최소화… 돌연사 위험 심방세동 치료 새 선택지

입력 2025-10-28 02:01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황유미 교수(오른쪽)가 심방세동 환자에게 3차원 펄스장 절제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이 병원은 올해 초 경기도 최초로 해당 치료법을 도입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40대 김모씨는 이따금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숨이 차면서 쓰러질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10~15분 정도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증상이 사라졌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왔다. 그러던 중 증상이 1시간이 넘도록 사라지지 않아 황급히 응급실을 찾았고 부정맥의 한 종류인 ‘심방세동’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3차원 펄스장 절제술(PFA)’이라는 최신 치료법을 권유받았고 이후 아무런 증상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황유미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27일 “펄스장 절제술은 기존 심방세동 시술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치료법으로 심방세동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수년 앞서 도입한 유럽에선 심방세동 환자의 80~90%를 펄스장 시술로 치료하고 있다. 황 교수로부터 심방세동과 3차원 펄스장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부정맥과 심방세동은.

“심장은 분당 60~100회 정도 뛰는 것이 정상이다.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지거나 늦게 뛰거나 엇박자로 뛰는 등 불규해지는 질환이 부정맥이다. 심방세동, 심실세동, 심실·심방 조기 박동, 상심실성 빈맥, 심실 빈맥, 방실 차단 등 발생 기전과 부위, 맥박 수에 따라 여러 형태가 있다. 가장 흔한 부정맥인 심방세동은 심장의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고 가늘게 떨면서 발생한다. 60대 이상에서 발생하는 부정맥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엔 젊은 연령에서도 증가 추세다. 당뇨병, 고혈압, 비만 등 대사 질환의 증가와 수면무호흡증, 음주 등과도 관련 있다.”

-심방세동 치료에 관심이 필요한 이유는.

“대한부정맥학회의 ‘2024년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심방세동 환자는 약 94만명으로 유병률이 2013년 전체 인구의 1.1%에서 2022년 2.2%로 10년간 배로 증가했다. 심방세동은 심부전을 일으키고 돌연사뿐만 아니라 뇌졸중(뇌경색) 위험 또한 5배 이상 높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증상을 동반한 발작성 심방세동의 경우 약물 또는 시술 치료를 받고도 재발 확률이 20~30%에 달한다. 지속성 심방세동은 재발률이 더 높다.”

-의심 증상은.

“발작성 심방세동은 주로 두근거림,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 어지러움, 불규칙한 맥이 나타나고 병이 진행되거나 심부전이 동반된 경우 다리·눈 주위 부종, 움직일 때 호흡곤란, 심하면 안정 시에도 똑바로 눕지 못할 정도의 호흡곤란을 겪는다. 가볍게는 어지러움을 느끼는 정도로 끝나지만 심할 땐 실신하거나 급사에 이르기도 한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정신을 잃을 것 같다면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약물치료 중에도 심방세동이 지속되거나 자주 발생하는 경우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 냉각풍선도자 절제술, 펄스장 절제술 등의 시술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국내 도입된 펄스장 절제술이 기존 시술법과 다른 점은.

“허벅지 혈관을 통해 카테터(가는 도관)를 심장까지 밀어 올려 시술하는 것은 같다.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은 도관의 고주파 전극에서 나오는 열로 병든 조직을 없애는 방법이다. 다른 방식보다 시술 시간이 길다. 최소 2~3시간 걸린다. 냉각풍선도자 절제술은 풍선 달린 카테터를 삽입, 풍선 내 질소가스로 병변 부위를 냉각시켜 파괴한다. 1시간 30분 내로 시술할 수 있다. 다만 지속성 심방세동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가장 주목받는 펄스장 절제술은 열이나 냉각을 이용하지 않고 짧은 시간 동안(1시간~1시간 30분 내) 전기적 치료를 적용하는 것이어서 주변 장기·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강한 전기 펄스(전기 충격)를 주면 이 전기가 세포막에 미세한 구멍을 내 심방세동 유발 심장조직 세포만 선택적으로 기능을 잃게 만드는 것이어서 보다 넓은 범위를 치료할 수 있다. 다만 심장 박동기나 제세동기 삽입 환자에게는 기기 오작동 우려가 있어 권고되지 않는다.”

황 교수는 “3D 펄스장 절제술은 심장 내부 구조를 3차원으로 재현해주기 때문에 입체 내비게이션처럼 정확하고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면서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 부담은 있다. 학회 차원에서 내년 중 보험 적용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시술 후 일상에서 주의할 점은.

“목욕이나 샤워는 하루 뒤부터 가능하나 욕조 목욕은 3~5일 뒤가 좋다. 시술 후 심장 회복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두근거림이 있을 수 있다. 대개 1~2개월 내 나아진다. 혈전 예방약과 심장 리듬 조절약을 일정 기간 복용해야 하고, 의사 지시 없이 임의로 끊어선 안 된다. 뇌졸중이나 재발 위험이 커져서다. 시술 후 3일 정도는 무거운 물건 들기나 격한 운동을 피해야 한다. 술, 카페인(커피·에너지음료), 흡연은 재발 위험을 높이는 만큼 최소 1개월 이상 완전히 피하는 게 좋다. 스트레스, 수면 부족, 탈수도 재발 위험 요인이므로 신경 써야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