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시간이 담긴 물건

입력 2025-10-27 00:35

가까운 공원에서 한 달에 한 번 플리마켓이 열린다. 주민들이 안 쓰는 물건을 가져와 자유롭게 판매하고, 수익금의 10%를 기부하는 방식이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판매자 중에는 이제는 안 쓰는 장난감이나 물건을 가져나오는 아이들도 많았다. 아이를 데리고 종종 구경을 갔는데, 그때마다 마치 장난감 가게에 온 것처럼 신나게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 몇 개를 골랐다. 새것 같은 피카츄 인형을 1000원에 사기도 했고, 사용감은 많지만 고장난 곳은 없는 변신 자동차도 샀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도 아이는 그 물건들을 어디에서 누구에게서 샀는지 기억했다. 변신 자동차를 열심히 설명해 주던 형의 말도, 인형을 팔던 할머니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물건을 보면 판매하던 사람이 떠오르는지 그때마다 자주 이야기했다.

아이에게 이번 주 플리마켓이 열린다고 하니, 직접 판매해보고 싶다고 했다. 아이의 말을 듣고 보니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이제는 잘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이나 쓰지 않는 물건을 우선 골라 두자, 아이가 다시 살펴보며 아직은 떠나보내기 아쉬운 물건을 뺐다. 물건에는 저마다의 시간들이 담겨 있다. 애정을 가지고 자주 사용하던 물건을 보면 함께한 시간이 떠오르는 법이다. “이건 팔 수 없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아이의 손에 든 장난감엔 유독 아끼고 좋아했던 시간이 담겨 있어 보였다.

돗자리를 깔고 물건을 정성스레 진열하고 손님이 오길 간절히 기다렸다. 두세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동생이 다가와 장난감을 만졌다. 아이는 이건 어떤 자동차고, 어떻게 변신하는 것인지 동생 앞에서 열심히 설명해 줬다. 동생은 경찰차를 마음에 들어 했다. 1000원에 판매하고, 아이는 기뻐했다. 어떤 물건과 시간을 함께한다는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나의 한 시절을 담아둔다는 것이다. 두세 살 무렵, 아이가 가장 사랑했던 장난감이 동생에게 전해진 것을 보며 또다시 차곡차곡 담길 사랑의 시간을 상상했다.

안미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