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일과 연쇄 정상회담… 안보·경제 의제 총망라

입력 2025-10-25 00:02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일주일 앞둔 24일 경북 경주역 인근에 APEC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한국 외교의 위상을 가늠하는 다자회의인 동시에 한·미, 한·중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여러 차원의 공조 강화, 협력 복원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미국과는 안보 협상 마무리, 중국과는 관계 회복 및 한반도 문제 공동 대응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다.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는 앞으로 안정적인 한·일 관계의 초석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관세 협상과 달리 국방비, 동맹 현대화 등을 다루는 안보 분야에서 거의 합의에 이르렀다. 다만 발표 시기에 대해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농축 우라늄 확보·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완화를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의 재협상도 임박했다. 이번 APEC을 계기로 양국은 새로운 협상 개시 시점과 방향성에 대해 마무리 논의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이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만큼 정부는 상업적 목적의 권한 확보를 강조하며 신뢰를 다지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에 처음 회담을 한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희토류 등 공급망 안정화와 경제적 협력 강화를 위한 논의가 무르익을지 시선이 쏠린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놓고 멀어진 한·중 관계를 복원하고, 9년째 이어지고 있는 한한령(한류금지령) 해제의 전환점을 만들어낼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한·미동맹에 대한 중국의 이해를 이끌어내는 것도 과제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은 그동안 한·중 관계에서 미국을 ‘제3자’로 겨냥하며 동북아 정세의 개입을 견제해왔다. 중국은 한·미 경제협력이 확대되는 데 불편함을 직접적으로 표하고 있다. 최근 한·미 조선업 협력프로젝트 마스가(MASGA)에 참여한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를 제재하기도 했다.

북한 비핵화,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중국의 역할 주문도 정상회담 의제에 오를 수 있다. 최근 북·중은 중국의 전승절, 북한의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을 계기로 밀착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한 중국 측의 노력을 당부한 바 있다.

취임 후 첫 외교무대로 APEC을 찾는 다카이치 일본 총리와는 한·일 관계의 새로운 단추를 꿰야 한다. 과거사 문제에서 비교적 우호적이던 이시바 정권과 달리 다카이치 총리는 강경 보수파로서 우익 역사관을 드러내왔다.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향후 다카이치 총리의 정책적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운을 띄운 북·미 회동과 관련해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나서서 북한의 화답을 주문했다. 정 장관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북·미 정상이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판문각에서 풀을 뽑고 화단 정리를 하는 모습을 올들어 처음 관찰했다”며 회동 성사에 대한 가능성을 강조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