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4일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력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상호 간의 이익을 극대화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29일 경주에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서도 “인위적인 마감 시한을 정해두는 것”에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전했다. 전날 공개된 미국 방송 CNN과의 인터뷰에서 “(양국의 입장을)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언급한 데 이어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한·미 양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이뤄질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을 최종 타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의 현금 비중, 투자 기간 등 핵심 쟁점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미국을 방문했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귀국하면서 “(협상이)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핵심 쟁점은 양국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APEC은 코 앞이고 날은 저물고 있어 갈 길이 멀다”면서도 “막판에 급진전되기도 하기 때문에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양국은 특히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의 현금 비중과 분할 기간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금 비중이 얼마여야) 적절한지를 놓고 양측이 굉장히 대립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지금보다 작아져야 한다, 미국은 그보다 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입장 차가 첨예하다”고 말했다.
현재 양국은 3500억 달러 중 상당량을 장기간에 걸친 대미 직접투자(현금)로, 나머지는 신용 보증 등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측은 8년간 매년 250억 달러씩 총 2000억 달러 수준의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한국은 경제적 부담을 생각하면 이보다 규모가 훨씬 작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1년 사이 조달할 수 있는 외화는 150~200억 달러”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대미 투자금을 ‘선불’로 지급해야 한다는 당초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난 것은 긍정적인 성과로 꼽힌다. 김 장관은 “지속적인 협상 결과 미국 쪽에서도 한국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나 부작용에 대해 이해한 부분들이 상당히 있다”면서 “미국이 선투자하는 부분에 대한 입장을 상당 부분 접었다”고 설명했다.
이의재 이동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