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 정상 국빈방문 경주, 세기의 외교전

입력 2025-10-25 01:10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천년 고도(古都) 경주로 쏠리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음 달 1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연쇄 정상회담을 갖기 때문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의 APEC 정상외교 일정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모두 국빈방문 형태로 한국을 찾는다. 경주가 세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기의 담판장’으로 우뚝 솟아오른 셈이다. 이번 정상회의가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의 분수령인 동시에 한반도 경제·안보의 향방을 결정할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 대통령이 표방해 온 ‘국익 중심 실용외교’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경주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시 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 등 강대국 정상들이 벌이는 복합 외교전이나 다름없다. 하이라이트는 한·미 한·중 간 연쇄 정상외교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우리는 명분과 실익이라는 현실 사이의 아슬아슬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담판을 지어야 할 관세협상이 이 대통령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3500억 달러 규모 투자 패키지의 구체적 내용을 둘러싼 한·미 간 입장 차는 상당 부분 좁혀졌지만, 투자액 중 현금 비율과 자금의 공급 기간 등 몇몇 쟁점이 남아 있다. 장기 분할 투자 등 다양한 카드를 꺼내 들며 협상을 이어 가고 있지만 양 정상의 합의문 서명을 끌어낼 수준까지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어떻게 잘 해내느냐도 숙제다. 중국은 우호 협력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원칙 속에서도 한·미 간 밀착을 견제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한국과의 정상회담에 임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미·중 경쟁 속에서 실용외교를 펼쳐야 하는 정부의 외교적 부담은 크다. 이 대통령은 24일 싱가포르 매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상호 간의 이익을 극대화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복잡할수록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경제와 안보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윈-윈(Win-Win)’의 결과를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치밀한 논리와 전략, 대한민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당당하고 실용적인 외교를 보여 주길 기대한다. 경주 APEC이 대한민국 외교 성공의 장으로 영원히 기록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