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과학기술 자립·내수진작 총력”… 美와 정면승부 선언

입력 2025-10-24 00:0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공산당 지도부가 23일 베이징에서 폐막한 4중전회에서 결의안을 거수로 통과시키고 있다. 왼쪽부터 리시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차이치 중앙서기처 서기,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시 주석, 리창 국무원 총리,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과학기술 자립과 소비·투자 진작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기술 봉쇄와 무역전쟁 등 미국과의 전략 경쟁을 자력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확고한 지도력을 과시했다.

중국공산당은 23일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폐막한 뒤 발표한 공보에서 ‘국민 경제·사회 발전 15차 5개년 계획 제정에 관한 중공중앙의 건의’를 심의해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4중전회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15차 5개년 계획 기간 “중국의 발전 환경은 심각하고 복잡한 변화에 직면해 있고 전략적 기회와 리스크·도전이 병존하며 불확실성과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가 증가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산당의 전면적 영도, 인민 최우선, 고품질 발전, 전면적 개혁 심화, 시장과 정부의 유효한 결합, 발전과 안전의 조화 등을 5개년 계획의 6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목표로는 고품질 발전의 현저한 성과, 과학·기술 자립 자강 수준의 대폭 향상, 진일보한 전면 심화 개혁의 새로운 진전, 사회 문명의 뚜렷한 향상, 인민 삶의 질 부단한 제고, 아름다운 중국 건설의 새롭고 중대한 진전, 국가 안보 장막의 공고화를 설정했다.

4중전회는 “이를 기초로 5년을 더 분투해 2035년까지 경제 실력, 과학·기술 실력, 국방 실력, 종합 국력과 국제 영향력을 대폭 성장시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중등 선진국 수준에 이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시 주석이 2022년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제시한 목표다. 중등 선진국은 그리스, 포르투갈, 체코, 헝가리 등으로 1인당 GDP가 2만 달러 초중반인 국가들이다. 지난해 1인당 GDP가 약 1만3000달러인 중국이 이 수준에 이르려면 매년 4% 이상의 경제성장을 지속해야 한다.

4중전회는 이를 위해 “스마트화·녹색화·융합화를 견지하면서 제조·품질·우주·교통·네트워크 강국 건설을 가속하고 선진 제조업을 뼈대로 하는 현대화된 산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과학기술 자립 자강을 가속화하고 교육·과학기술·인재 강국을 통합 추진해 혁신 역량을 대폭 높일 것, 내수 확대를 위해 소비와 투자를 진작하고 선순환을 유도할 것도 강조했다. 과학기술 자립으로 미국의 기술 봉쇄를 뚫고 내수 육성으로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 위축을 극복하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사회 보장과 복지 측면에선 민생 보장과 공동부유 강화, 고품질의 충분한 고용, 소득분배 제도 개선, 건강한 인구 발전 등을 제시했다. 평등과 분배를 강조하는 공동부유의 경우 지난해 3중전회 공보에선 언급하지 않았던 표현이다.

이번 4중전회에선 각각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위원이었던 허웨이둥과 먀오화를 포함해 당 중앙위원 11명의 교체 결정을 추인했다. 신임 중앙군사위 부주석에는 현역 장성으로 시 주석과 동향이자 군내 부패 척결을 주도해온 장성민 중앙군사위 위원 겸 기율검사위 서기가 임명됐다.

2027년 임기가 만료되는 시 주석의 후계 구도와 관련된 인사는 없었다. 대신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시진핑 강군 사상’ 등의 관철을 강조해 시 주석의 리더십에 동요가 없음을 보여줬다. 시 주석의 4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다음 5중전회에서 연임 여부가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