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수도권 집값 너무 높다… 상승세 당장 꺾일지 미지수”

입력 2025-10-24 00:0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부동산 상승세와 관련해 “상승세가 금방 꺾일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수도권 부동산 과열과 환율 불안정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수도권 집값이 국민소득 수준에 비해 너무 높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상승세가 당장 잡힌다는 보장은 없고, 금리 동결로 부동산을 억제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종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실물경기에 비해 자산시장이 유독 활황’이라는 질문에 “버블의 유무와 관계없이 지금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우리 소득 수준에 비했을 때나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기에 너무 높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서울시내 중위가격 아파트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10.5로, 10년6개월간 한 푼도 쓰지 않고 소득을 모아야 한 채를 살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달 셋째 주(20일 기준)도 전주 대비 0.5% 올랐다.

이 총재는 또 “부동산 자산 가격 상승이 불평등을 너무 심하게 만든다”면서 “우리 성장률과 잠재성장률도 갉아먹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0·15 부동산 대책과 연이은 금리 동결에도 부동산 과열을 근시일 내에 잡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거래량도 많이 줄어서 상승세가 금방 꺾일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면서 “부동산 가격은 워낙 많은 요인이 작용해 금리정책만으로 완벽히 조절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대출 규제와 금리 동결 외에도 공급 정책, 수도권 과밀 해소 등 종합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도 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로 유지하면서 세 차례 연속 동결 결정을 내렸다. 이번 동결의 주된 배경도 부동산 과열 우려다. 금통위는 “부동산 대책의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영향, 환율 변동성 등 금융 안정 상황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연내 금리 인하 여부에도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은의 인하 기조는 계속되지만 10·15 대책 효과를 살펴볼 시간이 필요하고,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의 한·미 관세 협상과 미·중 협상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인하의 전제가 되는 ‘부동산 안정’과 관련해선 “꼭 내려야만 안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상승세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