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는 시작부터 독특하다. 장르적 색깔이 강한 일본 영화처럼 출발해 1970년대 국내 정치 상황을 풍자하다 이윽고 좌절하는 청춘에 대한 위로로 나아간다. 자칫 부산스러울 수 있는 이야기를 한데 엮어 속도감 있게 끌고 간 것은 배우들의 호연과 변성현(45) 감독 연출의 힘이었다.
최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변 감독은 “‘진실은 달의 뒷면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앞면이 거짓은 아니다’는 명언을 만들어놓고 그 말이 거짓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이야기를 구상했다”며 “최근 뉴스에서 이념 대립 등을 보며 느꼈던 짜증을 (영화를 통해) 냉소로 보여주고 싶었다. 권위적·관료주의적인 것에 대한 비판을 담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굿뉴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1970년 일본 공산주의자 연맹 ‘적군파’가 승객과 승무원 127명이 탑승한 일본항공(JAL) 여객기를 납치해 북한으로 망명을 시도했다가 김포공항에 착륙한 이른바 ‘요도호 사건’을 다룬다. 역사적 사실 재현에 그치지 않는다. 번뜩이는 영화적 장치를 배치해 날카로운 블랙코미디를 펼쳐낸다.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정평이 난 변 감독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배우의 연기가 잘 보이는 것이고, 나는 그에 가장 잘 맞는 장면을 구상할 뿐”이라고 머쓱해했다. 처음 도전한 블랙코미디 장르에 대해선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며 “웃음이 빵빵 터지기보다 피식거리다가 마지막에 ‘내가 웃어도 되나’ 싶은 싸한 느낌을 주고 싶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토로했다.
심각한 사건을 한 편의 소동극으로 보이게 하는 데에는 허구 인물 아무개(설경구)의 역할이 크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니 아무개”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는 이름도, 출신도 베일에 가려진 정치권 해결사다. ‘여객기를 무조건 김포에 착륙시키라’는 중앙정보부장 박상현(류승범)의 명령을 받은 아무개가 비밀 작전을 세우고, 얼떨결에 작전에 동원된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홍경)이 납치범들을 속여 납치된 여객기를 다시 공중 납치하는 임무를 맡게 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변 감독은 전작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킹메이커’(2022) ‘길복순’(2023)을 함께한 배우 설경구(58)에게 아무개 역할을 맡겼다. 그는 “오케스트라 같은 합으로 짜인 극에서 아무개만 섞이지 않고 따로 노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관객이 (한 발짝 떨어져) 밖에서 지켜보게 하는 데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설경구는 당초 출연을 망설였다. 한 명의 감독과 네 작품을 연달아서 해도 괜찮나 싶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마음이 바뀐 건 변 감독의 당찬 제안 때문이었다. 그는 “‘불한당’ 때는 나를 ‘빳빳하게 펴겠다’고 하더니 이번엔 다시 ‘구겨버리겠다’고 하더라”며 “날 어떻게 변화시킬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극 중 아무개는 카메라를 응시하며 관객에게 말을 거는 해설자 역할도 한다. 설경구는 “극에 섞이지 않는 인물이라 연기할 때 갑갑하고 불편했다. 배우에게는 ‘다른 배우와 호흡이 안 맞는다’는 말이 최고의 악평인데, 이번엔 일부러 호흡을 맞추지 말아야 했다”며 “변 감독을 믿었기에 해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외형부터 행동까지 ‘찌그러진’ 자신의 연기 변신에 대해 “만족스럽다”고 평했다.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선 “영웅을 꿈꾸며 열심히 살던 젊은이가 결국 찌그러지는 결말이 씁쓸했다. 70년대와 지금이 달라진 게 있나 싶었다”면서도 “관객들이 너무 허무해 하진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