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제주항 국제 정기항로 신설… 해상 물류 혁신 ‘기대반 우려반’

입력 2025-10-27 02:35
오영훈 제주지사와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등이 지난 18일 오후 제주항 10부두에서 중국 칭다오항으로 보내는 첫 수출 화물 컨테이너 선적 과정을 살펴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도와 중국 칭다오를 잇는 국제 정기항로가 개설됐다. 1968년 제주항이 무역항으로 지정된 이후 57년 만에 처음으로 국제 정기항로가 열리면서, 제주도는 본격적인 해상 물류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이번 항로 개설로 부산항을 경유하던 기존 방식보다 물류비가 크게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원재료 수입과 완제품 수출이 원활해지면서 제조기업 유치가 용이해지고, 교역 다변화와 지역 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예상된다.

그러나 물동량 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박 운항을 시작하면서, 제주도가 운항 적자를 전액 보전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된 점은 논란이 되고 있다. 컨테이너당 인센티브 지급과 초기 운항 지연에 따른 수억 원대 비용까지 제주도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첫 국제 정기항로 개설

지난 18일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제주~칭다오 정기 컨테이너선 입항식’이 열렸다. 제주항에 처음 입항한 화물선은 16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를 출발한 SMC르자오호로, 선박에는 20피트(약 6m) 길이 표준 컨테이어 40개(TEU·Twenty-foot Equivalent Unit)에 페트칩과 기계장비 등이 실렸다. 이 화물선은 제주 수산물 가공품과 제주삼다수 등을 싣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7월 제주~칭다오 항로 개설을 승인했다. 제주도는 지난 9월 운영 선사를 확정하고, 이달 초 운항계획 신고 절차를 마쳐 정기 화물선 운항을 시작했다.

제주~칭다오 해상 항로가 개통한 지난 16일 칭다오항 국제크루즈부두에서 컨테이너선인 SMC 르자오호가 첫 제주 취항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제주도 제공

SMC르자오호는 22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전 제주항에 입항한다. 주 1회씩 연 52항차로 3년간 운항할 예정이다. 총 적재중량은 9968t이며, 최대 712개의 표준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다. 특히 냉동 콘센트를 갖춰 최대 109개의 냉장 컨테이터를 동시에 운송할 수 있다.

입항식에는 제주지사와 도의회 의장, 도내 중국 통관·검역기관(CIQ) 관계자, 컨테이너선을 운영하는 중국 산둥원양해운그룹주식유한공사 관계자 등이 참석해 국제 정기항로 개통을 축하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제주~칭다오 항로 개설은 탐라의 해상교역 전통을 잇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제주항을 동북아 해상물류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자오보 산둥원양해운그룹 동사장은 “이번 항로는 양 지역 간 물류뿐 아니라 경제와 문화까지 잇는 새로운 다리가 될 것”이라며 “제주에 대표처를 두고 항로 운영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물류비 60% 절감 기대

제주도는 이번 직항 노선 개설로 물류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부산항 경유 시 컨테이너 1개당 물류비가 204만원이지만, 직항로를 이용하면 77만원으로 62%(127만원) 절감된다. 운송 긴간도 4일에서 2일로 단축된다.

교역 다변화와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제주도는 중국산 건축자재를 직수입하고, 제주산 생수·화장품 등을 직수출할 수 있게 되며, 중소기업도 소규모 화물을 묶어 수출할 수 있어 무역의 진입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재료 수입과 완제품 수출이 원활해지면서 제조기업 유치가 용이해질 것으로도 전망하고 있다. 제주를 생산기지로 활용해 중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려는 기업들에게 물류 경쟁력이 확보되고, 하역장비 운영, 보세구역 관리, 선박 입출항 지원 등에 인력이 필요해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로 차후 건설될 제주신항 물류 인프라 조성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는 특히 칭다오가 중국 4대 항구 도시이자 한국 농수산식품의 주요 수출 관문이라는 점에서, 이번 항로 개설이 제주가 동북아 해양물류 거점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막대한 재정 보전은 부담

기대와 함께 도민사회에서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물동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해상 물류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는 무산되고, 계약기간 막대한 손실 보전 비용만 선사에 지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산둥원양해운그룹주식유한공사와의 협약에 따라 선사에서 발생한 손실은 제주도가 재원을 마련해 매달 말일 기준 환율을 적용해 미국 달러로 지급하게 된다. 중국 선사가 제시한 연간 운영비용은 519만4000달러(약 75억원)다. 이 중 선사 측의 수입을 제외한 차액을 제주도가 부담한다. 손익분기점은 연간 1만500개로, 주 1회 왕복 기준 매 항차 200개 이상을 실어야 한다. 그러나 첫 취항에서는 46개만 처리돼 기준보다 154개 부족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가 지급해야 할 손실보전금은 약 7만6178달러(1억900만원)로 추산된다.

제주도는 하역항을 제주항으로 변경한 컨테이너 1개당 10달러의 인센티브를 선사 측에 별도로 지급하기로 했으며, 당초 1월에서 취항이 늦어지면서 해운사에 밀린 운영비 9억원도 부담해야 한다. 검역·통관 절차 미비로 양식장 생사료 등 일부 품목 수입이 지연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달 열린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의원들은 “정기 화물선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현금 보전은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선 회기에서도 제주도가 특정 해운사와 3년간 독점 계약을 맺은 점에 대해 비판이 이어졌다.

제주도는 향후 물동량 확대와 시스템 보완을 통해 항로의 안정적 운영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삼다수와 농수산물 등을 직접 수출해 연간 필요한 물동량 1만500개 중 3435개를 확보하고, 나머지 7065개는 제주에서 환적하는 타 지역 화물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시작하지 않으면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없다”며 “항로 신설로 기대하는 여러 목표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