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TSMC 독점 깨고 테슬라 ‘AI5’ 생산… 파운드리 볕드나

입력 2025-10-24 00:16
국민일보DB

삼성전자가 대만 TSMC의 독점 구조를 깨고 테슬라의 인공지능(AI) 칩 ‘AI5’ 생산에 합류한다. 앞서 계약했던 AI4, AI6에 이어 AI5 칩까지 추가 물량을 확보한 것이다. 이번 계약을 기점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의 본격적인 반등이 시작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2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전에 공개적으로 했던 발언 가운데 명확히 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AI5 칩은 TSMC와 삼성전자 모두 제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TSMC가 전량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던 AI5 칩 생산에 삼성전자도 참여할 것이라고 정정한 것이다.

이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리스크를 관리하고, 공급사 간 경쟁을 통해 생산 단가를 낮추려는 전략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AI5 칩은 내년 말 양산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그간 테슬라의 AI4 칩을 생산해왔으며 최근 차세대 AI6 칩 생산 계약도 체결했다. AI6 공급 계약은 약 22조7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머스크 CEO는 지난 7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삼성전자의 텍사스 신규 공장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할 예정”이라며 “이 공장의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머스크 CEO는 자사 AI 칩을 테슬라 제품 전반에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재확인했다. 그는 “테슬라의 AI 칩은 자율주행 차량,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등 테슬라 AI 생태계 전반에 적용될 것”이라며 “우리의 명확한 목표는 ‘AI5 칩의 공급 과잉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AI5 칩 생산 규모나 삼성전자·TSMC 간 분배 비율 등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발표가 침체 터널을 지나는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TSMC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면서 그간 삼성전자 파운드리 점유율은 지속 감소하는 추세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11.5%에서 올해 2분기 7.3%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최선단 2나노 공정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 양산을 시작했으며 해당 칩셋은 내년 초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에 탑재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최첨단 공정 기술과 생산 능력에 대한 글로벌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