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개발사 오픈AI가 한국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의 취약점으로 의료·교육 분야를 지목했다.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산업 규모 대비 AI 활용도가 저조하고, 관련 인력 양성 기관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AI 활용 능력이 대기업 중심으로 쏠리면서 중소기업은 소외당하는 ‘디지털 격차’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오픈AI는 23일 발간한 ‘한국을 위한 경제 청사진’ 보고서에서 “한국 산업계가 데이터 인프라를 통한 AI 전환(AX)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에서의 AI 발전이 더딘 대표적 업계로 의료계와 교육계를 꼽았다. 보고서는 “한국은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핵심 의료 업종에서의 AI 수요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 데이터의 민감한 특성이 AI 도입을 저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교육 업계와 관련해서는 “교원을 위한 조직적인 연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교실 내 수업에서 AI를 활용하지 않는 이상 ‘에듀테크’ 시장에서 밀려날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AI 편중 현상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대기업과 대도시 지역 기업들은 자체적인 AI 모델을 도입하고 데이터 보호 프로그램 등을 이용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과 지방 소재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AI에 대한 접근성 떨어진다는 얘기다. 오픈AI는 이런 접근성 격차가 결국 사회의 디지털 격차를 확대하고 사회 전반의 AI 편익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픈AI는 국제적인 파트너십과 협력을 통해 통일된 기준을 만들고, 이를 한국 내 ‘규제 샌드박스’로 만들어 AI를 의료 분야에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육 분야에 대해서는 AI 교원 양성 전문 기관과 ‘AI 중점학교’ 등 특수기관을 만들어 교육과 AI가 융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규모에 맞는 효율적인 경량 AI를 도입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 리헤인 오픈AI 글로벌 대외협력 최고 책임자(CGAO)는 이날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전력망·철도·도로 같은 거대 산업인 AI 인프라에는 과거의 법과 규제보다 미래지향적인 새 규칙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접근은 한국을 단순한 기술 수용국이 아닌, 글로벌 표준을 제시하는 AI 선도국가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헤인 CGAO는 이어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 AI 컴퓨팅센터 사업은 현재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요청이 있다면 언제나 열려 있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