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점 잠깐 맛본 코스피… “주가, 버블 걱정할 수준 아냐”

입력 2025-10-24 00:17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코스닥 종가 및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있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사상 첫 ‘3900 고지’를 돌파했으나 오후 들어 하락 전환하면서 전날보다 0.98% 하락한 3845.56으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23일 장중 사상 처음으로 3900선을 돌파했다. 다만 이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직후 원·달러 환율이 1440원을 넘어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자 상승분을 반납하며 종가는 7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코스피 과열 우려에 대해 “전 세계 주가와 같이 움직이는 면이 있어 버블을 걱정할 정도는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8.12포인트(0.98%) 하락한 3845.56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이날 3835.79로 개장한 직후 3822.33까지 밀리면서 약세를 보였지만 곧 바닥을 치고 오르기 시작해 오전 11시53분쯤 3902.21까지 치솟았다. 지난 21일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치(3893.06)를 이틀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기록 경신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74501억원)가 큰 역할을 했다. 지난 6월 이후 꾸준히 한국 주식을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선 개인들이 이날 장 초반 하락세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고 주식을 사들였다는 분석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도에도 개인 수급 주도로 장중 일시 상승 전환했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는 각각 4072억원, 3999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기관은 지난 20~22일 3일 동안 국내 주식 1조537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상승을 이끌던 주역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9331억원)·개인(-4891억원)이 주식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이날은 단기 고점에 대한 부담과 전날 미국 뉴욕증시가 하락한 영향으로 순매도했다.

이날 코스피는 최고점과 최저점 차이가 79.88포인트에 이르는 롤러코스터 장세였다. 높은 변동성의 배경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지목된다. 이날 주간거래에서 환율은 장중 1441.50원까지 상승해 지난 4월 29일(1441.50원)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압박이 원화 약세를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과 관련해 “4분의 1은 달러 강세 때문이었고 4분의 3분은 위안·엔화 약화, 그리고 한국 관세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문제 등 지역적·국내적 요인에 의해 절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증권투자가 많은 것도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 맞다”며 “관세 협상이 잘 되면 환율이 내려갈 수 있고 아직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아서 환율이 올라도 수요압력이 없어 물가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증시가 과열된 것 아니냐는 시각에는 “주가는 국제 기준을 보면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버블 우려를 일축했다. 다만 “인공지능(AI) 주와 관련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버블이다 아니다 말이 많아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