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출범 직후 여론조사에서 70%를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특히 30대 이하 젊은층이 8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지난 21일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방위력 강화 등 ‘우클릭 정책’에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요미우리신문은 21~22일 1057명을 상대로 전화 설문 조사한 결과 다카이치 내각 지지 응답률이 71%에 달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쪽은 18%에 그쳤다. 이는 요미우리가 1978년 이후 실시해온 내각 출범 초 지지율 조사에서 5번째로 높은 수치다. 지난해 10월 이시바 시게루 내각 출범 초 지지율 51%를 훌쩍 뛰어넘었다.
요미우리는 이시바 내각과 비교해 젊은층 지지가 크게 상승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다카이치 내각의 연령별 지지율은 30대 이하가 80%에 달했고, 40~50대 75%, 60대 이상은 63%였다. 이는 ‘일본인 퍼스트’를 앞세운 우익 참정당이 젊은 보수 유권자 지지를 바탕으로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약진한 상황과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다카이치는 참정당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통제 강화 등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정당별 지지율은 자민당 32%, 참정당 7%, 입헌민주당 6%, 일본유신회·국민민주당 각 5%, 공명당 4% 순으로 조사됐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는 24일 소신 표명 연설에서 방위비(방위 예산) 증액 목표 달성 시점을 앞당기는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2027년까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늘리는 기존 목표를 2년 앞당겨 올해 안에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내각에 아베 신조 전 총리 색채가 강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카이치는 외교안보 정책 사령탑인 국가안전보장국장에 아베 내각 외교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던 이치가와 게이이치 전 차장을 임명했다. 그는 방위비 예산 증액을 위한 3대 안보 문서 조기 개정 등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노믹스’를 신봉하는 다카이치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 정책’도 예고했다. 다만 고물가에 시달리는 일본에선 재정 지출 확대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논설에서 “(다카이치가) 아베노믹스 망령과 결별해야 한다”며 “지금 대처해야 할 것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이 아닌 인플레이션”이라고 지적했다.
다카이치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을 만나 “어떻게든 돌파구를 열겠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 임할 각오가 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는 오는 27~29일 일본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대두나 액화천연가스(LNG) 구입 방침을 전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5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기업들과 신규 투자 안건을 논의 중인 상황도 전달할 계획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