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사는 40대 여성 A씨는 지난 3월 이른바 ‘팀 미션’ 사기를 당해 3000만원을 잃었다. 사기범들은 일종의 물품 구매대행 부업이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후 특정 사이트에서 소액 물품을 구매한 뒤 리뷰만 써주면 원금 환불과 함께 현금 인출이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했다. 하지만 진짜 사기는 그 다음부터였다.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텔레그램 단체방에 초대해 최대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가 물품 구매 팀 미션을 하도록 유도했다.
팀 미션의 경우 미션을 10차까지 완료해야 수익을 현금화할 수 있었다. A씨가 주저하는 사이 단체방 멤버로 가장한 사기 일당이 줄줄이 ‘입금완료’ 인증을 했고, “당신이 빨리 입금하지 않으면 팀원들이 피해를 본다”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결국 A씨는 대출까지 받아 입금했지만 미션이 끝난 뒤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서울에 사는 40대 남성 B씨도 지난 5월 팀 미션 사기를 당해 4000만원을 날렸다. B씨는 23일 “처음 초대된 텔레그램방에 사람이 6000명이나 있어 설마 사기일까 싶었다”며 “미션이 진행될수록 입금 금액이 수백만원까지 커졌고, 그만하겠다고 하니 ‘그러면 지금껏 입금한 물건값도 못 받을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신고한 A씨는 피의자 C씨(32)가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고, 지난 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했다. C씨는 태국과 캄보디아 등지에서 팀 미션을 비롯해 로맨스 스캠, 노쇼 등 사기를 일삼은 범죄조직에 소속돼 있었다. C씨와 공범의 범행에 따른 피해액은 150억여원, 피해자는 700명에 달했다. 검찰은 C씨에게 징역 40년과 추징금 3300만원을 구형했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팀 미션 사기도 태국이나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소행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사기를 당할 때 항상 한국인들이 접촉해 와 해외에서 이뤄지는 범행인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국민일보가 확보한 C씨 공소장에 따르면 그가 소속된 범죄조직은 태국 파타야, 캄보디아·베트남 국경 지역을 거점으로 온라인 사기를 벌였다. C씨는 조직에서 팀장을 맡아 팀원들을 관리하며 실적을 올리는 역할을 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8~9월 태국 경찰과 공조해 C씨를 비롯한 한국인 조직원 25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태국에서 조직명 ‘룽거컴퍼니’로 활동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팀 미션, 로맨스 스캠, 노쇼, 기관 사칭 등 각종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25명은 모두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 일당의 범행으로 발생한 피해액에 비해 추징금 3300만원은 턱없이 적은 액수다. C씨가 취득한 범죄수익이 극히 적고 피해액 대부분은 중국인 총책에게 흘러간 것으로 수사 당국은 추정한다. 경찰 관계자는 “총책이 조사가 안 된 상태라 범죄수익 보전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현재 태국 당국에 구금돼 있는 총책에 대한 신병을 우선 확보하는 긴급인도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