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94>] “아들이 꿈에서 불렀던 ‘엄마’ 소리 꼭 듣고 싶어”

입력 2025-10-27 03:03
유진군이 최근 경기도 군포의 놀이치료실에서 스펀지 블록을 양손에 들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여덟 살 유진(가명)이는 배가 고프면 냉장고 문을 연다. 말로 표현하는 대신 먹고 싶은 돈가스나 달걀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어머니 김선주(가명·36)씨는 그런 아들의 마음을 통역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유진이는 지난 4월 심한 언어장애 진단을 받았다. “어” “이” 같은 단순한 소리만 낼 뿐, 8년 전 우연히 내뱉었던 ‘엄마’라는 말은 그 뒤로 다시 들을 수 없었다.

두 아들을 홀로 키우는 어머니 김씨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혼 전 아이 아빠가 강아지를 때리는 모습을 본 뒤로 유진이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며 그때부터 아이의 발달이 늦어졌다고 전했다. 김씨 역시 왼쪽 귀 청력을 잃고 오른쪽 귀도 난청이 의심돼 “컨디션이 나쁘면 통증이 심해지고, 통화할 때도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김씨의 하루는 오전 6시부터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아이들 치료를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지금의 주 1회 언어·놀이치료는 발달 향상을 기대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기초생활수급비와 불안정한 양육비로는 더 많은 치료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런 가족에게 최근 기적 같은 일이 생겼다.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곰팡이가 가득했던 반지하 집을 떠나 LH 전세임대 주택으로 이사한 것이다. 김씨는 “반지하에 3년 넘게 살다 지상층으로 오니, 이게 실화인지 믿기지 않을 정도”라며 감격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붙들게 해주는 힘은 신앙이다. 그는 안산 부곡교회(진영화 목사)에 출석하며 위로를 얻는다. 군포에서 안산까지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매주 구역예배와 기도회에 참석하는 김씨에게 교인들은 ‘또 하나의 가족’이다.

김씨의 기도 제목은 언제나 아이들을 향한다. 그는 “제가 아픈 것은 뒷전”이라며 “그저 우리 세 식구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아들이 엄마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다”며 “딱 한 번, 우연찮게 ‘엄마’라고 정확히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후로는 듣지 못했다. 오죽하면 꿈에서도 아들이 엄마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을 정도”라고 말하며 목이 메었다.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
(2025년 9월 24일~10월 23일/단위:원)

※500만원 이상 모금될 경우, 목표액이 넘는 금액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장애아동에게 지원됩니다.

△신현주 100만 △김병윤(하람산업) 고희자 무명 20만 △정홍심 15만 △이윤식 연용제 10만 △전호붕 7만 △조점순 김덕수 한승우 최기상 KIMOLGA 정연승 김영수 봉하순 김영임 권성만 5만 △김갑균 황숙희 SHEGAIDEN 나철균 우만제 송현자 김광미 3만 △sb,sa 박은혜 이진호 이재술 조정일 김연숙 남동욱 2만 △최미옥 1만5000 △우리들 하나 문명희 여승모 생명살리기 우리들 정기현 1만

◇일시후원 :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 (예금주: 사회복지법인밀알복지재단)

◇후원문의 : 1600-0966 밀알복지재단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