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상경 차관, 사과문 발표로 끝날 일 아니다

입력 2025-10-24 01:20
전세 끼고 집을 사 이른바 '갭투자' 논란에 휩싸인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23일 국토부 유튜브 계정을 통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 차관은 최근 방영된 한 유튜브 채널에서 '정부 정책을 통해 시장이 안정되면 그때 집을 사면 된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토교통부 유튜브 캡처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유튜브 발언과 배우자의 아파트 매입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드렸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고위 공직자가 갭투자(전세 낀 거래)를 하면서 정부는 정작 이를 차단하는 대책을 내놓는 상황이니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사과문 발표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번 일은 부동산 문제에 대한 국민의 예민함과 공직자의 인식 차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부동산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삶의 무게와 직결된 문제다.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세대, 정부의 신호를 믿고 기다렸던 이들에게 “시장이 안정되면 그때 사라”는 발언은 조롱처럼 들린다. 더구나 33억원대 아파트 매입이 전세를 낀 거래였다는 사실은 ‘투기 차단’을 외친 정부 기조와 충돌한다. 신고 예금만 29억원에 달하는데 “기존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부득이 전세를 뒀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법적으로 문제없다 해도 공적 신뢰를 해치는 순간 그 자리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논란은 부동산이 얼마나 민감한 현안인지를 새삼 일깨운다. 그런데도 10·15 대책 이후 정부 관계자들의 언행은 시장을 정교하게 읽기보다 정책 홍보에 치우쳐 있다.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15억원 정도면 서민 아파트라는 인식이 있다”는 발언도 그 연장선에 있다. 정책상 15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을 막아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설명이었지만 현실과 거리가 멀다. 서울의 중위소득 가구가 15억원대 아파트를 살 여력은 없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15억원이 서민 아파트라면 나는 ‘불가촉 천민’ 정도 되려나”라고 비판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부동산은 국민감정의 바로미터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시장을 흔든다.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면 어떤 대책도 설득력을 잃는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해프닝으로 넘기지 말고 공직자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 강화와 이해충돌 방지 기준을 재점검해야 한다. 신뢰를 잃은 부동산 정책은 시장을 움직일 수 없다. 국민의 감정을 헤아리는 정교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