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저성장으로 대표되는 ‘축소사회’ 시대에 과학기술 혁신이 국가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과거 산업화와 지식경제를 이끌었던 과학기술 정책을 다시 혁신의 중심축으로 세우고, 기업가정신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선도국가로의 ‘퀀텀점프’를 이뤄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열린 ‘2025 국민미래포럼’은 ‘선도국가로의 퀀텀점프: 과학기술이 여는 새로운 성장’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주제강연을 맡은 3명의 연사는 과학기술 혁신을 국가 재도약의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 윤지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은 축소사회를 대비한 국가 혁신체계 정비를,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기업가정신과의 융합을 통한 창조형 퀀텀점프를, 김태윤 SK텔레콤 AI R&D센터 부사장은 AI 기술경쟁력 확보를 각각 강조했다.
윤 원장은 “과학기술 혁신 정책은 한국 경제의 산업화와 첨단산업 기반 조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이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성장 잠재력 저하에 대응할 새로운 정책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부와 민간이 함께 구축한 연구·개발(R&D) 생태계가 한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았다면 앞으로는 최고의 과학기술 역량과 혁신 체계를 바탕으로 축소사회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은 경제개발 정책과 과학기술 정책의 선순환 구조를 다시 확립할 때”라며 “대학·기업·연구소가 국가 혁신의 3대 축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AI·로봇의 협업을 통한 일자리 재설계와 과학기술 외교·안보 전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연단에 선 정 원장은 “세계 경제와 기술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전환기”라며 “점진적 혁신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과학기술을 통한 퀀텀점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은 70년 전 전쟁의 잿더미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로 성장했지만 저출산·고령화로 대표되는 축소경제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이제는 추격이 아닌 창조적 도약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과학기술이 성장의 엔진이라면 기업가정신은 이 에너지를 확산시키는 불꽃”이라며 “정부는 혁신의 점화장치 역할을, 민간은 창의적 충돌과 융합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포럼 마지막 연사인 김 부사장은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은 거대언어모델(LLM) 경쟁에서 뒤처져 있다”면서 “단순한 규모 경쟁만으로는 지속적인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효율성과 응용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사장은 특히 AI 기술의 새로운 흐름으로 검색 증강 생성(RAG), 모델 컨트롤 프로토콜(MCP), 멀티모달리티(텍스트·이미지·음성 융합), 에이전틱 AI를 꼽으며 “한국은 글로벌 AI 패권을 잡는 리더가 되는 동시에 인간 친화적인 ‘모두의 AI’를 통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