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23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경기도 양평 공무원 사망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개시한다고 통보했다. 앞서 50대 양평군청 공무원은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특검팀 조사를 받은 후 지난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특검팀이 강압과 회유를 통해 진술을 강요했다는 취지의 메모를 남겼고 수사관들의 이름도 적시했다. 특검팀은 강압 조사가 없었고 회유할 필요도 없었다며 메모의 내용을 부인했지만 제3의 기관이 사실 여부를 밝히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특검이 자체 감찰을 벌이고 있지만 독립적 기관에 의한 감찰이 아니고선 그 결과 역시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다.
일각에선 한창 활동 중인 특검을 상대로 인권위가 조사에 착수한 게 특검을 흔들기 위한 정치적 행보가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그러나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은 국민이 억울하다는 메모를 남기고 열흘도 안 돼 숨진 일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사 특검 활동이 위축되더라도 국민의 죽음과 관련한 조속한 진상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 인권위는 성역을 가리지 말고 철저히 조사하고, 특검 측도 강압 수사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인권위 조사는 수사기관과 달리 출석 요구나 증거 제출을 강제할 수 없고 처벌 권한도 없다. 조사는 시작했지만 과연 제대로 이뤄질지는 회의적이다. 만약 인권위 조사에 한계가 있다면 수사기관이 조속히 강제수사에 나서야 한다. 이 사건에 대해선 이미 국민의힘과 숨진 공무원의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와 별도로 국회에 ‘폭력 수사 특검법’도 발의돼 있다. 인권위 조사와 함께 향후 검찰이든 특검이든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국민의 죽음과 관련해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게 국가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