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트닉 만난 김용범 정책실장 “일부 진전 있었지만 끝난 건 아냐”

입력 2025-10-23 18:50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2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함께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미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방문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막판 협상을 벌였다. 한·미 간 최대 쟁점인 3500억 달러(500조원) 대미 투자 패키지의 현금 비중과 지급 기간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김 실장은 이날 상무부 청사에서 약 2시간 동안 러트닉 장관과 회동한 뒤 기자들을 만나 “남아 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며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잔여 쟁점이) 아주 많지는 않다”며 “논의를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이 막바지 단계라고 보면 되느냐’는 질문에는 “막바지 단계는 아니고 협상이라는 건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다”고 답했다.

한·미 협상팀은 3500억 달러 중 현금 투자 비율과 납부 기간 등을 두고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투자 패키지 3500억 달러가 모두 ‘선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은 매년 일부분씩 분납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 총액과 관련해서도 3500억 달러 모두 현금 투자할 수 없고 이에 대해 미국의 동의도 얻었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은 김 장관과 함께 이날 오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도 취재진에게 “많은 쟁점에 대한 이견은 어느 정도 조율이 돼 있고, 우리가 이번에 가져온 추가 주제에 대해 우리 입장을 미국이 조금 더 진지하게 이해해준다고 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협상을 마친 뒤 김 실장은 ‘러트닉 장관과 곧 다시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만나기는 어렵다. (더 얘기할 게 있으면) 화상으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이어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에 타결될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선 “우리에겐 중요한 계기”라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한·미 간 3500억 달러 투자 협상의 핵심은 통화스와프 자체보다 투자 구조 설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화스와프가 필요할지,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전적으로 투자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달렸다”며 “아예 필요 없거나 소규모로 체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협상을 마무리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달성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세종=이누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