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기 맞는 제약·바이오 산업 추격 전략 넘는 퀀텀 점프 필요”

입력 2025-10-23 18:48
사진=윤웅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혁신의 소용돌이 속에서 격변기를 맞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기술 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이 치열해지면서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격형 전략’을 넘어선 ‘퀀텀 점프’(대도약)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노연홍(사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5 국민미래포럼’ 기조강연에서 “이제 신약 개발 역량이 곧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시대”라며 “AI와 디지털 기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이어 “글로벌 제약시장은 반도체 산업의 3배 규모지만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효율성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며 “상업적 성과로 이어질 시나리오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한국 제약·바이오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자본력 부족을 구조적 한계로 지적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의 올 상반기 기술 수출은 14건(13조700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의약품 수출도 12조7000억원에 달하는 등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한국은 글로벌 임상시험 점유율 6위, 신약 파이프라인 3위(3386개)를 확보했다.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짚었다.

다만 극복해야 할 가장 큰 문제로는 ‘만성적 자금난에 따른 조기 기술이전’을 꼽았다. 막대한 투자와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한 신약 개발 특성상 충분한 자금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성과를 끝까지 가져가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노 회장은 ‘AI 기반 신약 개발 혁신’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가 350억원을 투입한 연합학습 기반 신약 개발 프로젝트 ‘K-MELLODDY’와 AI·로봇 데이터를 활용한 ‘자율주행 실험실(SDL)’을 대표 사례로 언급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노 회장은 제약·바이오 정책을 아우를 통합 컨트롤타워 구축과 함께 시장 자율성을 높이는 네거티브 규제 전환, 전문 인력 양성, 기술이전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