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국산 잠수함

입력 2025-10-24 00:40

국산 잠수함에 대한 꿈이 시작된 것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차대전 당시 연합국 군함과 상선에 악명 높았던 독일 잠수함 U보트의 건조 기지인 하데베(HDW) 조선소에 해군 기술장교와 조선사 엔지니어를 파견한 게 시작이었다. 이들이 축적한 기술로 처음 만들어진 게 1200t급 장보고함이다. 하지만 조립 자체가 독일에서 이뤄져 ‘한국형 잠수함’이란 이름을 붙이기가 애매했다. 독일에서 가져온 부품으로 국내에서 조립한 1200t급 2번함인 이천함이 한국형 잠수함 1호로 불리는 이유다.

잠수함 획득 사업을 가리키는 ‘장보고 사업’은 장보고-I(1200t급), 장보고-II(1800t급)를 거쳐 3000t급인 장보고-III Batch-I까지 마무리됐다. 장보고-II 사업까지는 해외 부품 구매나 기술 등이 일부 적용돼 독자 설계·건조된 진정한 국산 잠수함은 장보고-III 사업으로 건조된 도산안창호함이 최초다. 현재는 장보고-III Batch-II(3600t) 사업이 진행 중인데 지난 22일 진수된 장영실함이 처음 건조된 선도함이다. 크기도 커졌고 탐지·타격 능력, 생존성 등이 향상됐으며 리튬전지 활용으로 잠항 시간도 늘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수직발사관(VLS)이 10개로 북한 핵·미사일 공격 징후가 있을 경우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산 잠수함의 중요성을 감안해 선도함 진수식에는 참석했다. 국내에서 처음 조립된 이천함 진수식엔 노태우 대통령, 1800t급 선도함 손원일함 진수식에는 노무현 대통령, 3000t급 선도함 도산안창호함 진수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다. 그런데 자주국방과 방위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이재명 대통령이 3600t급 선도함 장영실함 진수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같은 날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대한 경고와 더불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들에게 우리의 잠수함 건조 능력과 K조선 기술력을 공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말이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