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넥타이는 존 스토트(1921~2011) 목사님이 저에게 물려주신 것입니다. 그분은 말씀으로 교회를 세우고 교회를 통해 세상을 섬기라는 사명을 제게 맡기셨습니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앰배서더풀만호텔 금수룸. 격자무늬 넥타이를 맨 세계적인 구약학자이자 선교신학자, ‘랑함 파트너십’ 명예총재인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가 연단에서 담담히 말했다.
라이트 박사가 참석한 조찬 모임은 랑함코리아(대표 김정화)가 주관하고 온누리교회가 후원했다. 존 스토트 목사의 유산을 계승하는 랑함 파트너십의 사역과 비전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2년 취임한 리야드 카시스 국제총재를 소개하고 랑함코리아 출범을 알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랑함 파트너십은 스토트 목사가 설립한 국제 복음주의 네트워크다. 스토트 목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변하던 세계 교회의 현실 속에서 지성적 신앙과 성경 중심의 복음주의를 회복하는 데 헌신했다. 그는 1974년 로잔언약의 초안 작성을 주도하며 복음은 단순한 전도가 아니라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총체적 구원이라는 신학적 선언을 교회 역사에 새겼다.
랑함이라는 이름은 런던 중심부 랑함 플레이스(Langham Place)에 위치한 올 소울즈 교회(All Souls Church)에서 목회했던 스토트 목사의 사역 지명에서 따왔다. 랑함코리아는 기존에 쓰던 랭함 대신 랑함으로 법인을 등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라이트 박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구약 윤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1년 스토트 목사의 추천으로 랑함 파트너십 국제총재로 취임했다. 그는 오늘날 복음주의권에서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즉 선교의 주체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이라는 신학적 관점을 강조한 인물로 국제로잔운동 신학위원장을 지냈다.
라이트 박사는 “우리가 돕는 현지 목회자와 신학자, 설교자는 단지 배움을 받는 이들이 아니라 말씀으로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주체들”이라며 “말씀과 교회, 세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선순환을 일으키는 것이 랑함의 핵심 목표”라고 덧붙였다.
랑함 파트너십은 말씀 중심의 교회를 세우기 위해 신학자 양성, 문서 보급, 설교 훈련의 세 축을 연결해 사역하고 있다.
모임의 또 다른 주인공인 카시스 국제총재는 레바논 출신으로 스토트 목사가 발굴한 랑함 장학생이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일하도록 부르셨다”며 “한국교회와 랑함 파트너십이 하나 된 모습으로 세계 선교를 감당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는 환영사에서 “존 스토트의 유산이 이제 랑함 파트너십을 통해 실천적 사역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받은 은혜를 나누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화 랑함코리아 대표는 “한국교회가 세계 교회와 더 깊은 차원의 신학적 협력과 상호 섬김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