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전문상담사, 교사, 성직자처럼 치료와 교육, 돌봄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자살 상실을 경험하면 남겨진 가족이나 동료로서 겪는 고통에 더해 직업적 전문가로서의 고통까지 이중의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유족으로서 경험하는 충격과 슬픔 그리고 분노 등과 같은 개인적 고통은 물론, ‘전문인으로서 왜 경고 사인을 알지 못했는가’ ‘왜 살리지 못했는가’와 같은 죄책감, 자기 의심, 직업적 무능감이 커집니다. 동료나 돌봄 대상자 가족들로부터 비난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뒤따릅니다.
백민정님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할아버지가 자살로 돌아가셨을 때 그 자신도 자살 유족을 돕는 일을 하고 있었음에도 자살유족이 됐다는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자살과 유족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개인으로서 온전히 애도 과정을 밟는 것도, 전문가로서 직업적 지지를 받는 것도 지연된 것입니다.
돌봄 전문가들에게는 자신의 신체적 돌봄과 심리·사회적 돌봄이 필수입니다. 스스로 소진되지 않도록 점검하고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또한 직장 내에 동료들과 정서적 지지를 나눌 수 있는 정기적인 모임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기관 차원에서는 돌봄 대상자의 자살 사건 발생 시 전문가 개인과 직업적 보호를 위한 행정적 가이드라인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법적 문제와 윤리적 문제를 검토하고 특히 자살자 유족과 신속하고 온정적인 소통을 통해 법적 소송 등의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강명수 한국자살유족협회장
돌봄 전문가들 소진되지 않도록 자신을 점검할 필요
입력 2025-10-25 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