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한국교회, 세계화 역주행

입력 2025-10-24 00:30

대한민국 곳곳에서 만나는 가장 대중적인 식당은 중국집이다. 특이한 것은 다른 음식점은 모두 식당으로 불리는데 유독 중국식당만 중국집으로 불린다는 점이다. 아마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식당이기에 그런 애칭으로 불리는 게 아닌가 싶다.

한국의 중국집은 특이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한·중·일의 문화가 집약돼 있다. 기본적으로 중국의 음식을 내놓는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짜장면은 중국에 없는 한국만의 특이한 음식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반찬으로 나오는 것이 일본에서 ‘다쿠앙’이라고 하는 단무지다. 즉 중국의 음식을 내놓는 식당에서 중국에는 없는 한국식 짜장면이 나오고, 중국식이 아니라 일본식 반찬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중국집에서 한·중·일 문화의 혼합을 보게 된다. 더 재밌는 음식은 짬뽕이다. 유래를 살펴보면 몇 가지 유력한 설이 있지만 가장 합리적으로 보이는 것은 일본 나가사키의 음식 ‘잔폰’에서 왔다는 설이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한국식 서민음식을 만들어내기 위해 짜장면과 짬뽕이 중국집에서 태어났다는 거다. 이렇게 한·중·일의 음식이 그야말로 한국의 중국집에서 짬뽕이 된 것은 대한제국이 무너지고 일제강점기로 넘어가던 시기에 나타났던 중국집의 시대적 배경이 큰 몫을 차지한다. 중국의 유민과 일제의 제국세력이 조선의 땅에서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졸업식과 입학식, 이사와 경조사에서 짜장면을 먹던 추억을 하나씩 갖게 됐다.

요즘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면서 슬쩍 중국집이 생각났다고 하면 좀 과장일 수는 있겠다. 하지만 유사한 흐름은 있다. 코리안팝이라는 중심라인을 가지고 있는 이 애니메이션은 일본의 돈을 가지고 있는 할리우드 거대 제작사 소니픽처스가 만들었고, 배급은 미국 기업 넷플릭스가 감당했다. 감독은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과 독일식 이름을 가지고 있는 미국인 크리스 아펠한스가 맡았다. 내용은 많이 알려져 있듯 한국의 K팝과 전통문화다. 형식은 애니메이션, 우리식으로 말한다면 만화영화다. 그런데 이것이 넷플릭스의 전 세계 플랫폼에서 난리가 났다. 덕분에 우리는 갓을 쓴 전 세계인을 경복궁에서 만나고 있다.

그럼 질문을 하나 해 보자.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어느 나라 콘텐츠인가. 아니 좀 더 속물적으로 말해서 이 애니메이션 덕분에 덕을 본 나라는 어디일까. 과연 그것에 대한 대답은 가능할까. 우리는 손안에 있는 휴대전화에서 세계를 만난다. 이 만화영화 덕분에 세계는 움직이고 한국은 외국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가 됐다. 우리가 중국집에서 역사와 문화를 논하듯 이제는 휴대전화 안에서 세계를 논해야 한다. 세계화가 너무나 쉽게 우리 손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시대에 세계화에 열려 있을까. 좀 더 구체적으로 한국교회는 세계에 대해 열려 있을까. 한국교회는 ‘선교’ 이데올로기로 한 시대를 이끌어 왔다. 수많은 선교사를 배출했고, 교회는 선교의 동력을 이끌어내며 1년 내내 세계로 단기선교팀을 내보냈다. 교회처럼 일찍 세계에 눈을 뜬 집단은 대한민국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교회는 가장 배타적인 집단이 됐다. 특정 국가나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는 한국교회의 상징이 됐다. 세계를 품던 사랑이 어느 순간 세계에 대한 증오로 바뀌었다.

한국의 세계화는 현재 너무 빨리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교회가 선도해야 할 시기에 세상을 따라가지도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생각과 복음의 형태를 고민해야 한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
목회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