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성령운동·제자훈련’ 영적 자산 세계와 나눌 때”

입력 2025-10-23 03:00
이영훈(오른쪽)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와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WEA 서울총회 이후 한국교회의 부흥과 미래 리더십 등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서울총회를 앞두고 ‘2025 WEA 서울총회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 오정현(사랑의교회) 목사가 만나 한국교회의 화합과 부흥, 세계 복음주의 교회 성장을 위한 기여 방안, 복음 통일의 초석 등을 주제로 대담했다. WEA 서울총회는 오는 27일부터 닷새동안 진행된다. 두 목회자는 말씀과 기도, 성령운동과 제자훈련 전통 위에 성장한 한국교회의 경험을 세계교회와 적극적으로 공유할 때라는데 공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사랑의교회의 다음 리더십에 대한 구상도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이 목사와 오 목사의 대담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진행=우성규 종교부장

-WEA 서울총회가 세계 복음주의 교회에 어떤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이영훈 목사=한국교회의 복음주의 전통이 WEA 서울총회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고 한국교회의 말씀 중심, 기도 전통, 성령 운동 역사가 세계교회로 확산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오정현 목사=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열린 제4차 로잔대회가 ‘선교 올림픽’이었다면 이번 WEA 서울총회는 ‘교회 올림픽’이라고 볼 수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우리나라가 업그레이드됐다면 서울총회를 통해 한국교회와 신학이 한 단계 올라가는 모멘텀이 되길 기대한다.

-WEA를 둘러싼 오랜 오해가 있다.

△이 목사=WEA 전통은 구원의 유일성과 성경 권위 위에 서 있고 복음 안에서 전 세계가 하나 되는 역사를 이루는 데 있다. 한국교회 안에서 명확한 근거 없이 ‘비판을 위한 비판’이 있다. 실질적 내용을 파악하기에 앞서 문제를 제기한 점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WEA의 신학 정체성은 흔들림 없이 분명하다. 세계교회협의회(WCC)와는 완전 다르다. 복음주의와 보수주의 전통에 입각해 교회가 연합한 단체가 바로 WEA다.

△오 목사=1846년 WEA는 유물론과 진화론, 자유주의 신학에 맞서기 위해 태동했다. 순전한 복음과 개혁적 보수, 살아있는 정통을 지향했던 WEA의 초기 정신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동안 교계에 WEA의 역사와 정체성을 지속해서 알려왔다. 이단이나 로마가톨릭과의 협력, 신사도 운동 등과의 연관성, 절대 없다. 나를 둘러싼 근거 없는 오해까지 있다. 안타깝다. 분명히 말하지만 23년 동안 사랑의교회 강단을 ‘프로테스탄트의 자부심’으로 지키고 있다. 예수·복음·진리 아니면 죽겠다는 각오로 목회했다. 이건 이 목사님도 마찬가지다. K컬처가 세계적으로 인기인데 이제는 한국교회의 강점을 세계로 끌고 나가야 할 때다. 우리 두 교회의 성령대망회나 특별새벽부흥회도 세계와 공유할 자산이다.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사랑의교회가 속한 예장합동 총회와 깊이 교류하는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나 세계개혁주의협의회(WRF) 등이 WEA에서 활동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문제 제기와 공격 대신 대화해야 한다.

△이 목사=세계 각지에 가 보면 기독교 연합 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걸 볼 수 있다. 주로 세계 평화를 위해 교회가 기여할 방안을 찾기 위해 대화한다. 세계오순절협회도 다양한 국제기구와 세계 평화를 주제로 대화한다. 교단 간 강단 교류도 막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극복한 지 오래다. 대화 자체가 문제될 수 없다는 의미다. 지구촌이 하나 됐는데 교회도 마음 문을 열고 대화해야 한다. 이번 총회를 위해서도 한국교회가 마음 문을 열고 잘되도록 기도하고 협조해야 한다.

-서울총회에서 제자훈련의 중요성을 깊이 논의한다.

△오 목사=한국교회는 말씀과 기도, 헌신이라는 독특한 영적 자본을 지녔다. 세계적으로 기도를 많이 하는 교회요, 선교사보다 성경이 먼저 들어온 교회이며, 헌신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교회다. 조용기 목사님은 성령 사역, 옥한흠 목사님은 제자훈련이라는 두 기둥을 세우셨다. 두 분의 후임인 이 목사님과 나도 선배 목사님들을 통해 훈련받아 2기 사역을 이끌고 있다.

△이 목사=동의한다. 무엇보다 제자훈련은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한국교회의 최고 전통 중 하나다. 이런 영적 자산을 세계 복음주의 교회 지도자들이 왔을 때 ‘제자훈련 패키지’로 잘 알려야 한다. 예수님은 모든 민족을 제자 삼으라고 하셨다.(마 28:19) 서울총회가 제자 삼는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한국교회의 영적 자본을 나눌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

이영훈(왼쪽)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와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한국 복음주의 교회의 성장과 세계교회를 위한 기여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한국교회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을 뭐라고 생각하나.

△이 목사=편 가르기가 심각하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다름을 곧바로 틀리다고 규정하는 식이다. 교단이 사분오열된 것도 결국 이런 문제에 기인한다. 큰 아픔이다. 더 나아가 교권주의와 물질 만능주의에 빠지며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 20세기 초 신앙의 선배들은 교육 의료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을 이끌었다.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제 분열과 반목을 극복하고 더욱더 사회적 약자를 섬기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서울총회를 기점으로 한국교회는 하나 되고 사회적 신뢰와 영적 능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오 목사=백가쟁명(百家爭鳴)식 토론을 하지만 기독교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성장을 이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식민지 중 선진국이 된 유일한 나라가 된 것도 결국 기독교 덕이라고 생각한다.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는 갈라디아서의 말씀이 실현된 곳이 바로 우리나라 아닌가. 실제로 한국의 특이점(Singularity)은 1973년 여의도광장에 100만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빌리그래함전도집회였다. 이를 계기로 한국교회는 네트워킹과 깊은 영성을 통한 협력을 시작했다. 요즘 ‘믿음의 그릇’을 주제로 시리즈 설교를 하는데 100만명 집회가 바로 복음의 그릇이었다. 이런 특이점에 뿌리를 둔 한국교회가 2023년 빌리그래함 50주년 집회와 지난해 10·27 연합집회를 거치며 쌓은 역량을 WEA 서울총회로 결집하고 있다.

-사회가 직면한 도전도 적지 않다.

△이 목사=저출생 문제다. 하지만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말씀 위에 선 기독교가 이 문제를 해결할 보루다. 우리 교회는 출산율을 더 올려보고 싶다. 더 나아가 여타 다양한 사회 이슈를 품고 해결할 영역은 기독교뿐이다. 서울총회에도 이런 책임의식을 담아낼 것이다.

△오 목사=역사의 핵심은 교회다. 교회 지상주의를 말하는 건 아니다. 교회의 역할이 제대로 서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교회 안의 분열은 피해야 한다. 복음은 예수 핏값의 결과다. 교회 안의 우리는 모두 이 은혜 안에 사는 셈이다. 다툼을 중단하고 한국교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교회 안의 좋지 않은 현실 일부만 드러내는 ‘사실 보고(fact report)’에서 벗어나 여호수아와 갈렙과 같은 ‘믿음 보고(faith report)’를 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한 단계 올라서는 기회로 삼자.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사랑의교회의 차기 리더십을 모색할 시기가 다가온다.

△오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성령의 역사로, 사랑의교회는 제자훈련으로 성장했다. 2대인 저는 옥한흠 목사님의 비움 목회를 통해 섬김의 목회를 실천하고 있다. 3대도 잘 돼야 한다. 제자훈련 DNA로 성장한 사랑의교회는 순조롭게 3세대로 전환할 것이다. 바울에게 디모데가 있었던 것처럼 이제 사랑의교회의 디모데를 세우려고 생각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동사 목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 목사=조용기 목사님이 언젠가 편한 자리에서 “지금까지 목회하고 돌아보니 모두 ‘하나님의 예정’에 속했었다”고 하셨었다. 하나님의 예정을 강조하셨던 조 목사님은 장로님들께 ‘성령의 감동을 따라 후임 목사를 투표를 통해 선택하시길 바란다’는 뜻을 전하셨다. 아름다운 전통이다. 성령운동 DNA를 가진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앞으로도 이런 전통을 따라 지도력을 전환할 것이다. 한편 젊은 사역자 양성을 위해 여의도순복음교회 산하 조직인 세계교회성장연구원을 통해 ‘한국교회 미래 리더 네트워크’를 확장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국교회가 감당할 글로벌 사명은 무엇인가.

△오 목사=전 세계 기독교가 당면한 4가지 어려움이 있다. 색깔로 설명하는데 빨간색(유물론·문화 막시즘)과 레인보우(동성애 문제) 회색(세속적 신앙) 검은색(극단적 이슬람) 등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더욱더 복음 선포에 힘쓰고 영혼 구원에 앞장서야 한다. WEA는 2019년 자카르타에서 열린 총회에서 복음주의 확산의 길을 제자훈련으로 규정했다. 제자훈련 국제화를 시도하는 이유다. 오랜 세월 선교가 강대국에서 약소국으로,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흘러갔다면 이젠 바뀌었다. 복음의 능력이 있는 곳에서 없는 곳으로 향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기여가 여기에 있다. 한국교회가 세계 선교의 브리지 역할을 해야 한다. 식민지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가 선교지의 아픔을 이해하며 복음을 누구보다 잘 전할 수 있다.

△이 목사=2033년은 예수님이 승천하신 지 2000년 되는 해다. 우리나라는 경제와 복음, 문화 등 여러 면에서 축복을 받았다. 이제는 K가스펠을 통해 전 세계에 공헌할 터닝포인트가 왔다. 140년 전 선교사들이 뿌린 복음의 씨앗이 거목이 돼 풍성한 열매를 맺었다. 한국은 세계를, 세계는 한국의 교회를 배워야 한다. 이번에 방한한 팀 딜레나 미국 타임스스퀘어교회 목사나 곧 오시는 릭 워런 목사 모두 ‘한국의 성령 체험’을 배웠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아름다운 복음의 전통을 K문화처럼 확산하자. 가장 약했던 나라가 예수 복음으로 성장해 세계로 뻗어 나가며 쓰임 받을 때가 됐다.

-변화하는 시대에 새로운 부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 목사=대한민국의 희망은 교회밖에 없다. WEA 서울총회를 통해 교회가 우리나라를 살리는 생명의 근원이 된다는 걸 알려야 한다. 이런 복음의 능력을 교회 공동체와 우리 사회에 한번 더 알려주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서울총회가 대한민국의 부흥과 성장, 성숙에 교회가 기여한다는 걸 깨닫게 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더불어 이런 역할을 감당할 교회로 더욱더 굳건히 자리매김하길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휴전선이 무너지고 북한과 복음 통일, 결국 하나 되길 간절히 바란다.

△오 목사=일론 머스크에게 20억명이 연결돼 있다고 한다. 복음도 이런 엄청난, 상상을 초월하는 영향력으로 확산해야 한다. 정면 돌파(Breakthrough) 해야 한다. 복음으로 모든 한계를 뚫어야 한다. 한국교회가 복음 전파의 한계를 넘어 무한대로 향한다는 희망을 품고 꿈을 키우자. ‘2033-50 비전’(2033년까지 국민 50%의 신자화)과 ‘357비전’(3년 내 한국교회 국제화·5년 내 미국교회와 협력해 중국교회 섬기기·7년 내 평양에서 특별새벽부흥회 개최)을 두고 기도하고 있다. 또한 모든 성도가 영혼 구원에 당장 헌신하자는 의미로 ‘올 핸즈 온 덱(All hands on deck)’을 강조하고 있다. 이 일에는 어린이부터 장년까지 모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WEA 서울총회가 그동안의 오해의 시간을 딛고 새롭게 나아가는 분기점이 되길 바란다. 한국이 세계선교에 기여하는 전환점이 이번 서울총회가 되길 바라며 기도한다.

정리=장창일 박윤서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