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으면 밟는 대로, 꺾으면 꺾는 대로.” 벤츠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LS 580 4MATIC(사진)을 몰며 가장 먼저 떠오른 표현이다. 거대한 차인데도 손끝 하나, 발끝 하나에 완벽하게 반응했다. 차에 올랐을 때 비행기 일등석에 앉아 있는 듯한 편안함이 아직 몸의 기억을 지배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대형 SUV GLS 580을 타고 서울 도심과 서해안 해안도로, 고속도로 등 350㎞ 구간을 오갔다. 처음 마주한 GLS 580은 깔끔한 인상이었다. 5m가 넘는 차체에 압도되면서도 부드럽게 흐르는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과 삼각별 엠블럼이 중심을 잡고, 리어램프는 얇고 날렵하게 다듬어졌다. 기본 장착된 AMG 라인과 23인치 휠은 플래그십 SUV의 위용을 더했다. 전면 크롬 라인과 후면의 블록형 램프가 만들어내는 볼륨감은 묵직했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S클래스의 DNA가 그대로 느껴졌다. 가죽과 우드가 조화를 이룬 최신형 다기능 스티어링 휠, 손끝으로 제어하는 터치패널, 정숙한 실내까지 고급스러움이 극대화된 공간에 만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에어매틱 서스펜션은 노면 충격을 흡수해 거친 도로에서도 흔들림이 거의 없었다.
2열에서도 S클래스를 고스란히 체감했다. 마사지 기능이 포함된 멀티컨투어 시트, 공기 정화 기능의 에어 밸런스 패키지,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 등 셀 수 없는 고급 기능이 더해졌다. 3열까지 모두 전자식으로 접히고 펼쳐지는 구조라 가족 단위에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였다.
고속도로에서 진가가 드러났다. V8 4.0ℓ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결합해 최고출력 557마력이 뿜어내는 배기음이 심장을 뛰게 했다. 제로백은 4.9초, 곡선 구간에서도 차체 롤링이 최소화돼 ‘대형차의 둔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문제는 1억8010만원에 달하는 가격이다. 그러나 가격을 문제로 느낄 이들은 애초에 이 차를 선택하지 않을 테다. 고로 가격 역시 문제 되지 않는다. 올해 1~9월까지 1173대 판매됐다. 벤츠 차량 중 7번째로 많이 팔렸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